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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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특단의 조치 요구… 尹, 현재로선 안 하겠다 해” [탄핵 정국 급물살]

빈손으로 끝난 尹·韓 회동

1시간가량 대화… 정진석·주진우 배석
한동훈 “대통령이 직접 입장 설명 요청
국민불안 반드시 해소해야한다고 전해”
대통령실은 침묵… “담화 발표 안 한다”

한덕수 총리 “비상대응 체제 가동할 것
모든 공직자 맡은 소임 다해달라” 당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6일 회동을 갖고 ‘12·3 비상계엄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으나 윤 대통령은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게 윤 대통령을 방금 만나고 왔다면서 “당론(대통령 탄핵 반대)으로 정해진 건 못 바꾸겠지만 제 의견은 윤 대통령이 업무정지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으로부터 이 판단을 뒤집을 만한 말은 못 들었다”고 밝혔다. 윤·한 회동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주진우 의원이 배석한 가운데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6일 오전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을 받으며 국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특단의 조치” 요구한 韓

 

한 대표는 “계엄선포 당일날 정치인들 체포 시도가 있었다”며 “대통령은 체포를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제게 말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대통령은 그 누구에게도 국회의원을 체포, 구금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2분 만에 철회하는 혼선을 빚기도 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은) 현재로서는 특별한 조치를 안 할 것이라고 했다”며 “특단의 조치 없이는 상황 타개를 못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윤·한 회동에서 임기단축 개헌 등이 논의될 것이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탄핵이나 하야라는 최악의 수를 피해야 하는 윤 대통령과 조기 대선을 막아야 하는 한 대표의 이해관계가 이 부분에서 일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론에서였다. 윤 대통령의 국회 방문설까지 흘러나오면서 임기단축 개헌설이 지라시형태로 돌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회동에서 임기단축 개헌은 논의되지 않았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전했다.

 

전날 국민의힘 초·재선 의원들이 대통령 임기 단축 개헌을 촉구했고, 이날 홍준표 대구시장도 거국내각을 구성해 책임 총리에게 내정 일체를 맡기고 임기 단축 개헌을 선언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밖에 구체적인 특단의 조치로 비상계엄 관련자들에 대한 인사 조치를 한 대표가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계엄선포·해제 사태와 관련해 책임 있는 인사들의 경질을 주문한 바 있다. 위기 돌파구로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특검 수용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별다른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윤석열 대통령. 공동취재

◆해법 없이 침묵 이어간 尹

 

한 대표는 회동에서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는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 등 일부 측근의 비리 혐의에 관한 사건이 주였으나 이번 계엄 사태는 상황이 다르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한 대표는 “이번 건은 군을 동원해 국민을 향한 계엄선포 및 국회 진입이 이뤄졌다”며 “심각한 상황들이 드러나고 있고, 이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 대표는 “당론을 바꾸는 것은 의원들의 논의에 따라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어려운 결단”이라고 했다. 결국 탄핵 소추의 키를 쥔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의 최종 결단이 주목된다. 탄핵안은 8표의 이탈표가 발생하면 가결되기 때문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한 대표는 “당 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또 “12월3일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대통령께서) 입장을 직접 (국민께) 설명해야 한다고 요청드렸다”며 “그러나 (윤 대통령은) 아직 때가 아니라는 판단”을 밝혔다는 취지로도 말했다. 이어 한 대표는 “이제는 책임 있는 결정을 해야”한다며 “국민이 또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는 불안이 있고 이를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날까지 사흘째 침묵을 이어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오늘(6일) 대통령 담화 발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 실장 등 최소한의 핵심 참모들과 소통하며 마지막 수습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와중에도 윤 대통령은 이날 장관급인 진실화해위원장에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현 국민의힘) 의원 임명안을 재가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연합뉴스

◆권한대행 1순위 총리, 연일 메시지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공식 일정을 취소하고 이번 사태 이후 두 번째 ‘국민께 드리는 말씀’ 담화문을 통해 경제·안보·민생 흔들림 없게 비상대응 체제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한 총리는 대통령 권한대행 1순위다.

 

한 총리는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한치 흔들림 없이 유지되도록 모든 국무위원과 부처의 공직자들은 매 순간 맡은바 소임을 다해달라”고 내각에 당부했다.

 

특히 경제 분야와 관련해 “최상목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 전원이 일치단결하여 현 상황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달라”고 지시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국방부 장관 직무대리 김선호 차관에게 “군은 국가 안보에 추호의 빈틈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태세를 확립하고 북한이 도발하면 언제든지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해달라”고 지시했다.

 

민생 분야에서도 “이주호 사회부총리를 중심으로 교육·복지·치안 등 민생에 직결된 분야가 차질없이 작동하여 국민 개개인의 일상이 안정되게 유지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 장관들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조병욱·김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