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후 첫 주말을 맞이한 가운데,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검경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내란 실행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거주지인 경기 안산의 ‘점집’ 압수수색으로 모의 내용이 담긴 수첩 등을 확보했고, 햄버거집에서의 계엄 사전 논의 혐의를 받는 문상호 정보사령관도 구속됐다.
내란 동조 혐의를 받는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검찰 송치 후 첫 조사를 받았고,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계엄 당일 상황 관련 조사에 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성탄절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출석하라는 요구를 재차 받았다.
경찰이 확보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같은 군 배치 장소와 계획 등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사령관은 2018년 여군 교육생에 대한 강제추행 사건으로 불명예 전역했고, 이후 자택에 점집을 차려 역술인으로 활동해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청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김 청장은 조지호 경찰청장과 함께 지난 3일 계엄 선포 3시간 전 삼청동 안가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체포자 명단이 담긴 문건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계엄이 선포되자 국회의원들의 국회 진입을 막아 계엄 해제안 결의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이들을 지난 11일 긴급체포했고, 법원은 지난 13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 청장은 윤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문건을 찢어버렸고, 김 서울청장은 갖고 있지 않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특수단은 지난 20일 조 경찰청장과 김 서울경찰청장을 구속 송치했다. 검찰은 김 청장을 상대로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와 선관위에 경찰을 투입한 경위를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수본이 국군방첩사령부의 요청에 따라 주요 정치 인사를 체포하기 위한 '체포조'에 경찰 인력을 지원했는지 여부도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강력계 형사 10명이 국회 앞에서 출동 대기를 했다는 정황을 파악하고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국수본은 이와 관련해 비상계엄 당일 오후 11시32분쯤 방첩사 측이 국수본 실무자에게 연락해 '여의도 현장 상황이 혼란하다'며 안내할 경찰관의 명단을 요청해 영등포경찰서 강력팀 형사 10명의 명단을 제공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실제 인력을 현장에 투입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 19일 경찰청 국수본과 영등포경찰서,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들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압수수색을 진행한 검찰은 우종수 국수본부장과 윤승영 수사기획조정관 등 국수본 관계자 10여명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김 청장과 함께 검찰에 넘겨진 조 청장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혈액암을 앓고 있는 조 청장은 구속 후 건강 악화로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음압병실로 이송됨에 따라 당분간 입원 상태로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박 장관을 소환한 검찰은 계엄 전후 상황과 대통령실의 관련 지시 사항 등을 조사하면서 사건 당일 국무위원들의 타임라인을 재구성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 특수단은 20일까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비롯한 비상계엄 발령 당시 국무회의 참석자 9명을 피의자 또는 참고인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한 권한대행은 피의자 신분으로 대면 조사가 이뤄진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한편 비상계엄 공조수사본부는 성탄절인 오늘 25일 오전 10시 정부과천청사에 있는 공수처로 나오라고 윤 대통령에게 통보했다. 재차 출석요구를 한 것인데, 아직 출석요구서는 송달 중인 상황이다.
윤 대통령 출석요구서에는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적시됐다. 윤 대통령은 검찰과 공수처가 각각 1번씩 출석을 요구한 데 대해 모두 응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