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첫 주말인 21일 서울 도심에서 윤 대통령 퇴진과 조속한 체포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 연대체인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 오후 3시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즉각 파면·처벌 사회대개혁 범국민 대행진’을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윤석열을 파면하라”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체포” 등 문구가 적힌 손피켓과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들고 윤 대통령을 신속히 구속·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내란공범 한덕수가 거부권이 웬말이냐” ”내란공범 국민의힘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와 여당에 대한 규탄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 사회를 맡은 박지선 송파시민연대 활동가는 양곡관리법 등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한 권한대행을 직격하며 “내란동조 일당들을 끌어내릴 때까지 갈 길이 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추산 30명이 참여해 동십자각에서 경복궁역 사거리까지 8개 차로와 광화문광장 북단을 가득 메웠다. 이날 새벽까지 내린 눈으로 도로 곳곳에 빙판이 생긴데다 오후까지 영하권의 추위가 이어졌지만, 참가자들은 패딩점퍼와 장갑·모자 등으로 중무장한 채 자리를 지켰다.
집회는 일반 시민들의 발언 중심으로 진행됐다. 무대에 오른 시민들은 “헌법 수호를 위해 탄핵소추에 대한 헌재의 심판과 내란죄 등에 대한 수사가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생 이석훈씨는 “윤석열의 쿠데타는 실패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탄핵을 기다릴 게 아니라 즉각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 파주 민통선 인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다는 윤설현씨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날 혹시 대포 소리가 들리는지, 헬기가 이동하는지 살피며 밤을 지새웠다”며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에도 삶은 편안해지지 않았다. 북한을 자극하는 대북 확성기와 우리 주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대남 스피커 때문에 접경지역 일상엔 바뀐 것이 하나 없다”고 말했다.
중증장애인모임 대표로 무대에 오른 이유진씨는 “중증장애 여성으로서 장애인 활동지원 도움으로 삶을 영위하는데, 만약 계엄이 신속히 해제되지 못했다면, 계엄 다음날 활동지원사가 출근하지 못했다면 방 안에서 홀로 죽어갔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비상계엄 해제 이후에도 그러한 섬뜩함을 떨쳐낼 수 없다”며 윤 대통령 탄핵과 소수자의 존재가 지워지지 않는 사회 도래를 촉구했다.
익명으로 발언한 한 시민은 “계엄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헌재의 현명한 법적 판단을 바란다. 헌재는 국민의 뜻대로 하루빨리 탄핵을 인용하고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고 외쳤다.
윤 대통령의 체포와 구속 등을 촉구하며 트랙터 상경투쟁을 시도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하원오 의장도 무대에 올라 규탄발언에 나섰다. 16일 경남 진주와 전남 무안에서 트랙터를 몰고 출발한 전농 전봉준투쟁단은 이날 광화문 촛불집회와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향할 예정이었지만, 오후 12시쯤 서초구 남태령고개 인근에서 경찰 버스에 가로막혔다. 이날 오후 6시 현재 전농이 경찰와 대치중인 남태령으로 시민들이 운집하는 가운데, 전농은 밤샘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하 의장은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눈 내란 세력을 몰아내기 위해 농민들이 일어섰는데, 경찰은 내란 공범으로 청장이 구속된 상황에서도 남태령 고개를 봉쇄하고 트랙터 유리창을 부숴 운전자를 끌어내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며 “집회 후 다시 남태령으로 가서 광화문으로, 한남동으로 다시 트랙터 몰고오겠다”고 강조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5시10분쯤부터 종각역을 거쳐 명동 신세계백화점 앞까지 행진했다. 비상행동은 28일 오후 4시에도 광화문 인근에서 범시민대행진을 개최할 예정이다.
동십자각 앞 집회에 앞서 이날 오후 1시30분 민주노총은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사전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약 2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양경수 위원장은 “계엄에 동조하고 내란을 방조했던 자들을 낱낱이 색출해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외쳤다. 촛불행동은 오후 4시30분부터 헌법재판소 인근인 안국역 3번출구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는 동십자각에서 불과 700m 떨어진 세종대로 일대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었다. 종로구 동화면세점부터 대한문 구간이 참가자들로 가득찬 가운데, 무대에 오른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윤 대통령의 계엄선포가 “선관위의 부정선거 때문”이라며 “계엄령 선포는 이 나라를 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을 기각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탄핵 반대, 이재명 구속’ ’부정선거 OUT‘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과 태극기·성조기를 함께 들고 “이재명을 구속하라” “비상계엄 수사가 내란이다” 등 구호를 외쳤다. 서울 강서구에서 온 한재옥(74)씨는 “‘부정선거가 없었다’는 일부 매체 보도야말로 가짜뉴스”라며 “정파적 수단으로 탄핵이 남용되는 데 반대한다”고 말했다. 경기 안양에서 온 김모(68)씨는 “오죽했으면 대통령이 (계엄을) 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이 정당한 통치행위를 한 것”이라며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매주 집회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