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1kg도 안되는 초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들이라 걱정이 컸는데 다행히 지금은 모두 건강합니다. 밥도 잘 먹고 살도 부쩍 올랐어요. 다섯쌍둥이 중 퇴원한 아이들 네 명 모두 몸무게가 3∼4kg대로 정상이에요. 네 아이가 한꺼번에 울 땐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우렁차답니다.”
엄마 사공혜란(31)씨는 8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다섯쌍둥이 근황을 전했다. 지난해 9월 20일 서울성모병원에서 태어난 다섯쌍둥이는 자연임신으로 태어난 국내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당시 아들인 첫째(새힘이), 둘째(새찬이), 셋째(새강이)는 800~900g, 딸인 넷째(새별이), 다섯째(새봄이)는 700g대 몸무게로 태어났다.

사공혜란씨는 “출산 후 처음 아이들을 만나러 갔을 때 딱 손바닥만한 크기였다. 너무 작아서 놀랐고 눈물도 많이 흘렸다”며 “무엇보다 아이 다섯이 무사히 다 건강하게 자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가장 컸다”고 회상했다.
신생아 평균 몸무게인 3kg 초반을 훨씬 못 미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온 아이들은 엄마의 걱정을 알기라도 한 듯 무럭무럭 자랐다. 8일 생후 4개월이 지난 현재 넷째 새별이만 남기고 모두 퇴원한 상태다. 새별이도 안정적인 상태로 한 달 안에는 퇴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섯 아이를 한꺼번에 뱃속에 품는 건 임신을 알아차린 순간부터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임신 과정에서 태아뿐 아니라 엄마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서다. 사공씨의 경우도 처음 다섯 개 아기집을 확인한 주치의가 선택적 유산을 권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아이 한명도 포기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아이 다섯 모두 낳고 싶었어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지금 아이들을 보고 그때 그렇게 선택한 게 정말 다행이었구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고비도 있었다. 막내 새봄이의 장에 천공이 생긴 것이다. 구멍의 위치나 크기를 확인하려면 응급 수술이 필요했다. 신생아 괴사성 장염이나 태변성장폐색으로 천공이 다발성으로 발생하면 정상의 장 보다 매우 짧아지는 단장증이 생기거나, 인공항문인 장루를 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천공은 한 곳이었고 그 부위만 꿰매고 고비를 넘겼다.
고비마다 아이들을 살려낸 윤영아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미숙아는 폐와 심장부터 시작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부분을 면밀하게 보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다섯쌍둥이처럼 1kg 미만의 초극소 미숙아의 경우 폐가 발달하지 않아 자가 호흡이 어려울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기관 삽관을 미리 준비하는 등 타과와 팀을 꾸려 신속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성모병원 신생아중환자실은 특히 ‘미니멀 케어’를 중시한다. 과도한 수술이나 검사로 아이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윤 교수는 “피검사 하나도 함부로 결정하지 않는다”며 “항생제도 적기에 쓸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등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엄마 사공씨는 “크고 작은 고비를 무사히 넘긴 아이들이 자랑스럽다. 다둥이 육아를 하느라 현재는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지만 아이들만 보면 힘이 난다”며 “넷째도 건강하게 퇴원해, 많은 사람들의 축복과 도움을 받고 태어난 만큼 작은 것에도 행복감을 느끼고 베푸는 아이들로 자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