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 단일화를 둘러싸고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 측과 당 지도부 간의 내홍이 극에 달하는 모양새다. 대선후보 등록 마감 기한(11일)을 이틀 앞둔 9일 김 후보 측은 후보교체 가능성에 “절대로 가능한 사안이 아니고 가능할 수도 없다”고 했다. 반면 당 지도부는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며 단일화를 재차 압박했다.
김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은 이날 SBS·YTN 라디오에서 “당헌·당규상으로도 후보교체의 근거 규정이나 그런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나타내는 조항조차 없다”며 반발했다.

당 지도부가 대선후보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는 방식으로 ‘후보 등록을 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서 그는 “이른바 ‘도장 들고 나르샤’ 2탄이 된다”며 “그렇게 되면 우리 당 지지자와 당원이 가만히 있겠는가. 불법적으로 대통령 후보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강제로 대통령 후보로 만들어주는데 그 선거가 제대로 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김 비서실장이 언급한 ‘도장 들고 나르샤’는 2016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서 공천 갈등이 격화하자 김무성 당시 대표가 공천장에 대표 직인 날인을 거부한 일화다.
김 비서실장은 당 지도부가 실시한 단일화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당무우선권을 발동해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나쁜 여론조사는 중단하라고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것은 당의 재산을 함부로 사용한 불법행위”라며 “그 여론조사는 한 후보가 높게 나오도록 설계가 돼 있다. 볼 것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집단 린치를 가하듯 당 지도부에서 김 후보를 거짓말쟁이로 모는 바람에 지지율이 정체됐다”며 “한 후보에 비해서 최대 많이 벌어진 것이 1~2%포인트 정도 차이인데 그러면 도대체 왜 후보 단일화를 하느냐”라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도 ‘비대위원장직 사퇴’ 등 초강수를 두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여러 차례 말씀드린 바와 같이 ‘기호 2번’으로의 단일화를 위해서는 최소한 오늘까지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후보교체 가능성에 대해선 “아직 결정을 못 내렸다”며 “지금으로선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했다. 당이 직인을 찍지 않는 방식으로 후보를 내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선 “그거까지 논의하거나 결정된 바 전혀 없다”며 “시시각각 정치 상황이 변하는 만큼 그 단계에 가서 당원과 의원들 뜻 담아내서 결론 내도록 하겠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앞서 원내대책회의에선 “단일화 국면이 길어질수록 두 후보 지지층 사이에 감정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범죄자 이재명 세력한테만 이로울 뿐”이라며 “11일이 넘어가는 늦은 단일화는 명분도 실리도 없다. 김문수 후보의 대승적 결단을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단일화 진통이 커지며 당 일각에선 후보교체 가능성을 비롯해 당 후보를 내지 말자는 푸념마저 나온다. 당내 분란이 커지는 가운데 이날 오전 김 후보는 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 처음으로 국민의힘 의원총회를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