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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초여름 방문해 볼 만한 전국 양조장 & 와이너리 [이복진의 술래잡기]

입력 : 2025-06-21 18:00:00
수정 : 2025-06-21 10: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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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세대와 연령, 성별을 막론하고 사랑받아왔다. 최근에는 ‘핫’한 걸 넘어 ‘힙’한 존재가 됐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술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 특히 최근 변화하는 대중의 취향에 맞춰 다양한 술이 나오고 있다. [이 기자의 술래잡기]는 그러한 술에 대해 직접 발로 뛰고,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맛보고, 귀로 듣고 난 뒤 적는 일종의 체험기다. 특색있는 양조장이나 술, 그 술을 빚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또한 전국에 있는 양조장과 그 주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양조장과 와이너리가 지역 관광자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의 관광 명소에 자연과 문화, 그리고 그 지역 농산물을 품은 양조장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림축산식품부도 전국에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양조장을 선정, ‘찾아가는 양조장’ 인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만큼 양조장과 와이너리에 볼 것, 놀 것 등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하기 전인 지금 가볼 만한 양조장과 와이너리를 여성 방송인 최초 전통주 소믈리에인 김민아와 주류문화 칼럼니스트 명욱 교수가 추천한다.

◆맨발로 걸어보는 문경새재에 위치한 오미나라 와이너리

 

문경새재 자락에 있는 양조장으로, 국내 유일 오미자로 스파클링 와인과 증류주를 만드는 곳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조 바이든 대통령의 만찬주를 제공했다. 국내 최고가 증류주 중 하나인 ‘고운달’을 만들고 있다. 와이너리 앞에는 작은 오미자밭이 있어 실제 오미자도 볼 수 있다.

 

와이너리에는 와인, 브랜디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학습할 수 있다. 다양한 오크통도 관람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대한민국 최고가 증류주라고 볼 수 있는 고운달 등을 시음할 수 있다.

 

또 문경새재와 가까운 만큼 주변에 오미자 삼겹살구이, 더덕구이 등 다양한 산채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도 많다. 문경새재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다.

◆정원이 아름다운 땅끝마을 해남의 해창주조장

 

정용진 신세계 회장이 인생 막걸리라고 언급한 제품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에서 제일 비싼 막걸리로 유명했던 ‘해창 18도’. 출고가 15만원에 육박한 이 제품은 대한민국 막걸리계에 엄청난 충격을 던지며 등장했던 제품이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정용진 회장이 단순히 마시지만 않았다는 것. 바로 이 양조장을 직접 방문했고, 양조장에서 시음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곳은 세월의 흔적을 담은 정원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600년 된 배롱나무, 사시사철 바뀌지 않는 이끼바위, 정원 속을 유유히 흐르는 개울과 연못, 그리고 우물과 80년대 레트로적인 시음 공간, 100년 전 만들어진 슬픈 역사를 품은 적산가옥까지. 100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낭만과 추억, 여기에 근대를 나타내는 건축물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해창주조장의 특징이다. 물론 해창 18도를 비롯한 다양한 해창 막걸리를 맛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아름다운 영남 알프스 속의 복순도가

 

울산 울주군에 위치한 복순도가는 막걸리계의 ‘돔페리뇽’이라 불리는 ‘복순도가막걸리’를 빚는 곳이다.

 

자글자글한 탄산감이 매력적인 막걸리는 빚는 곳이기도 하지만, 복순도가느 아름다운 영남 알프스를 병풍처럼 품은 자연 속에 있다. 인근에는 한옥 카페, 정자, 농촌 마을 등 다양한 명소가 어우러져 있다.

 

복순도가는 가양주로 시작했고, 2대 김민규 대표가 미국에서 건축학을 전공한 후 양조장을 직접 설계하며 브랜드화에 성공했다. 양조장은 ‘발효건축’ 콘셉트로 지어졌으며, 볏짚 새끼줄과 불에 그을린 외벽 등 전통과 자연을 담아낸 독특한 건축이 특징이다.

 

복순도가는 지역 쌀과 전통 누룩으로 인공첨가물 없이 막걸리를 만든다. 자연 발효에서 발생한 탄산과 은은한 사과 향이 특징이며 ‘샴페인 막걸리’로 불리며 해외에도 수출되고 있다. 또한 복순도가는 지역과 도시를 잇는 효모로서 청년마을 만들기 등 지역 상생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 중이다. 

 

양조장 내에는 시음과 구매가 가능한 공간이 있으며, 발효 과정과 전통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논과 들녘 풍경이 어우러진 힐링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대구·경주 주변이라면 영천의 고도리 와이너리

 

독특한 이름의 고도리와이너리는 화투의 ‘고도리’가 생각나지만, 전혀 연관이 없다. 경북 영천의 고도 1리와 고도 2리의 이름인 것이다. 와이너리 입구에는 넓은 포도밭이 펼쳐져 있고, 마을 앞으로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자랑한다.

 

친환경 GAP 인증을 받은 포도와 다양한 과일로 와인을 생산 중이다. 주력 품종으로는 거봉, 머스캣 베일리 A(MBA), 국산 청수 포도 등이 있다. 유럽 품종(카베르네 소비뇽, 샤르도네, 게뷔르츠트라미너 등)도 연구·재배 중이다.

 

다양한 와인을 맛볼 수 있으며, 와이너리 탐방도 가능하다.

◆벌꿀 양조장, 경기 용인 부즈앤버즈 미더리

 

포도로는 와인, 보리로는 맥주, 쌀로는 막걸리를 빚는다. 그렇다면 꿀은 어떨까. 천연방부제라고 불리기 때문에 꿀로는 술을 만들지 못할 거 같다. 하지만 서양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술이 벌꿀로 만든 ‘미드(Mead)’라는 걸 안다면 이러한 생각은 달라질 것이다. 술은 당분이 발효되며 생기는데, 꿀은 애초에 천연 당을 품고 있어 가장 자연스러운 발효 재료였기 때문이다.

 

경기 용인의 ‘부즈앤버즈 미더리’는 2022년 설립된 신생 양조장이지만, 유관석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미드 양조를 연구해 온 인물이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술인 미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국내산 친환경 꿀을 기반으로 다양한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 제품 ‘시작’은 꿀의 향긋함과 산뜻한 끝 맛이 특징이다. 홉과 국산 엿기름을 더한 ‘호피허니버니’는 흑맥주 같은 풍미를 낸다. 최근에는 포도를 넣은 달콤한 미드 ‘멜로’도 출시했다. 이들은 2019년, 2023년 국제 미드 대회에서 아시아 최초로 1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예약을 통해 방문하면 벌꿀의 발효, 양조, 숙성, 그리고 이 세상에서 맛보지 못했던 가장 독특한 술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만찬주 ‘풍정사계’의 화양양조장

 

충북 청주 내수읍 풍정마을. ‘단풍나무 우물’이라는 뜻의 이 마을은 예부터 물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이곳의 화양양조장은 고문헌을 바탕으로 옛 양조법을 복원하며, 지역의 자연과 계절을 담은 술을 빚는다.

 

대표 브랜드는 ‘풍정사계’. 사진관을 운영하던 이한상 대표는 전통주 양조에 뛰어들어 봄의 약주 ‘춘’, 여름의 과하주 ‘하’, 가을의 탁주 ‘추’, 겨울의 증류식 소주 ‘동’ 등 네 계절을 담은 술을 개발했다. 이 술들은 모두 국내산 쌀과 함께 조선 궁중에서 사용된 전통 누룩 ‘향온곡’을 직접 디뎌 만들며, 100일 이상 자연 숙성시켜 인공첨가물 없이 깔끔한 맛을 낸다.

 

특히 약주 ‘춘’은 2017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한미 정상 만찬의 건배주로 사용됐다. 술뿐 아니라 양조장 견학과 시음도 가능해 전통의 깊이와 계절의 감각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 외에 제주도의 경우 오메기술을 만드는 제주샘주, 증류주의 메커니즘이 궁금하다면 경기 광주의 온증류소, 푸른 하늘 속에서 멋진 옹기들의 군무를 보고 싶다면 경기 포천 산사원, 서울 근교에서 와이너리를 즐겨보고 싶다면 안산 대부도 그랑꼬또 와이너리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