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값이 6년9개월 만에 주간 기준 최대폭으로 오르고,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6월 증가 폭이 역대 최대에 근접하는 등 부동산 과열 조짐이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조사 결과 서울은 6월 셋째 주까지 20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 16일엔 0.36%로 상승 폭을 키워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가장 가팔랐다. 이런 추세라면 산술적으로 연간 20% 이상 폭등한다는 계산이다. 또 5대 은행의 지난 19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월 들어 하루 평균 약 2102억원씩 늘었는데 이는 지난해 8월(3105억원)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작년 8∼9월과 같은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광풍’이 되풀이될까 걱정이 크다.
작금의 부동산 시장 불안은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에 따른 풍선효과, 7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전 막판 대출 수요 집중, 금리 인하 흐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무엇보다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공급이 부족해 ‘지금 집값이 가장 싸다’는 기대심리가 큰 탓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 강화를 경고하는 메시지를 내놓고, 실제로 몇몇 은행은 관련 조치에 들어갔는데도 기대심리는 꺾이지 않고 오히려 아파트값 상승세와 가계대출 증가세는 더 세졌다. 주택 공급대책 마련에 더는 지체해선 안 될 것이다.
정부는 지난 12일부터 부동산 시장 점검회의를 열어 대책 강구에 나섰는데, 진척이 더뎌 답답한 노릇이다. 이번 정부가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해 국정기획위를 중심으로 국정과제를 선별 중인 데다 조각 지연으로 국토교통부와 금융위원회 등 부동산 주무 부처의 장·차관이 공석이어서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은 금융·세제까지 망라한 종합적인 공급방안을 제시하기 힘들다면 단기적이라도 과열 분위기를 잠재울 대책부터 신속히 선보이는 게 바람직하다.
부동산 대책은 실기하면 그 대가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2017년 5월 출범한 문재인정부는 초반부터 규제만 앞세웠다가 시장의 불안 심리를 잠재우지 못했다. 뒤늦게 2018년 12월 3기 신도시를 비롯한 대대적인 공급정책을 발표했지만 2020∼2021년의 ‘미친 집값’은 막지 못했다. 이재명정부도 초장부터 집값 불안을 잡지 못하면 이런 전철을 밟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