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2주의 시한을 주겠다고 한 지 이틀 만에 이란 핵시설 3곳을 전격적으로 공습하면서 이란 핵문제와 중동 정세가 중대 기로에 섰다. 백악관은 확전을 막겠다는 의사로 보이나 향후 이란의 반응에 따라 확전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핵시설 3곳 공습 사실을 알리기 이틀 전인 19일 그는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이 상당(substantial)하다는 사실에 근거해 나는 앞으로 2주 안에 진행할지 말지(공격에 나설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 날에도 이란에 시간을 주겠다며 “2주가 최대치”라고 언급해 미국이 이 시간 동안에는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말을 뒤집었다. 이를 두고 이란이 핵협상에서 미국의 요구를 듣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이스라엘 지원에 대한 미국 내 초당적 공감대, 공격을 통해 핵개발을 늦추지 않으면 자신의 임기 초반 이란이 핵무기를 갖게 된다는 위기 의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스라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우호 감정도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에도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 국가들의 관계 정상화를 이룬 아브라함 협정을 주도하고,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등 적극적으로 친이스라엘 정책을 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습 직후 긴급 성명을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Oval Office)가 아닌 백악관 내에서도 의전성이 가장 높다는 이스트룸(East Room)에서 발표한 것은 전략적인 메시지가 담긴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스트룸은 2011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오사마 빈 라덴 제거 작전 성공을 발표한 장소다. 알카에다 지도자 사살 같은 미국적 ‘정의의 실현’, ‘국가적 승리’와 이란 공습을 동급으로 보이게 하려는 정치적 연출을 한 셈이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트룸을 선택한 것은, 이번 작전이 향후 더 심대해질 것이라는 정치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이 직접 이란 핵시설을 타격하는 비교적 높은 수준의 군사 개입을 함에 따라 이란의 반응에 따른 확전 여부와 전쟁의 진행 방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공격받은 이란으로서는 중동 내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 등으로 대미 반격에 나설지, 대미 협상에 나설지 사이에서 결단해야 한다.
만약 이란이 중동 내 미군기지에 대한 반격에 나설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추가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이란, 예멘 후티 반군, 레바논 반군 헤즈볼라 등 중동의 이란 추종 세력들이 총집결해 미국과 이스라엘에 맞서는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중동 내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과 함께 세계 에너지 수송에 길목 역할을 하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는 상황 등도 벌어질 수 있다.

텔아비브=AP연합뉴스
일단 미국은 확전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가장 원하지 않는 것이 지상군 파견”이라고 말해 대이란 지상군 파견에는 선을 그은 바 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공습 관련 브리핑에서 “이란 핵시설 공습을 수개월 동안 준비했다”면서도 “이번 임무는 (이란의) 정권교체에 대한 것이 아니다. 이란에 여러 대화 채널로 협상 기회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미국의 공격으로 이란 핵시설이 대부분 파괴되었다 해도 이란 핵 문제가 그것으로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란 핵시설의 핵심인 우라늄 농축시설이 파괴될 경우 재건하는 데 일정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관련 기술과 연구자가 남아 있는 이상 이란 핵 문제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