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교포 선수 이민지(30)에게 지난해 6월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최고 권위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은 ‘악몽’으로 남아 있다. 2타차 공동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은 이민지는 보기와 더블보기를 남발하며 무려 9타를 잃고 공동 9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짧은 퍼트를 여러 차례 놓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이민지는 이런 퍼트 난조로 지난해 상금랭킹 43위를 기록, 2015년 데뷔 이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고심 끝에 올해 과감하게 퍼터를 교체한 이민지가 퍼트 난조에서 완벽하게 벗어나며 세 번째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민지는 23일 미국 텍사스주 프리스코의 필즈랜치 이스트 코스(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1200만달러) 4라운드에서 버디 3개, 보기 5개로 두타를 잃었지만 최종합계 4언더파 284타를 기록, 미국 교포 선수 오스턴 김(25·미국)과 짠네티 완나센(22·태국)을 3타 차로 여유 있게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이민지는 2023년 10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 이후 1년8개월 만에 통산 11승 고지에 올라섰다. 우승상금 180만달러(약 24억8600만원)를 받은 이민지는 단숨에 상금랭킹 1위(261만124달러)로 올라섰다. 이민지의 메이저대회 우승은 2021년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2022년 US여자오픈에 이어 세 번째다. 이민지는 8월 AIG 여자오픈이나 내년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LPGA 투어는 5개 메이저대회 중 4개 대회에서 우승하면 이 기록을 인정한다. LPGA 투어 메이저대회에서 3승을 올린 호주 선수는 카리 웹, 젠 스티븐슨에 이어 이민지가 세 번째다.

그가 이번 시즌부터 일반 퍼터보다 샤프트 길이가 훨씬 긴 빗자루 형태의 브룸스틱 퍼터로 바꾼 것이 주효했다. 이 퍼터는 그립이 가슴까지 올라오기 때문에 일반 퍼터보다 더 똑바로 서서 퍼트를 하며 직진성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민지는 중장거리 퍼트는 매우 잘하는 편이지만 2m 이내 짧은 퍼트를 자주 놓치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퍼터를 교체했다. 이민지는 경기 뒤 “나 자신의 내면과 싸움이었다. 정말 인내심이 필요했던 하루였다”며 “지난 몇 년간 퍼트 때문에 자신감을 잃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 시기를 이겨낸 우승이라 더 의미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노 티띠꾼(22·태국)에 4타 앞선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은 이민지는 강한 바람과 빠르고 단단한 그린 탓에 고전하며 6번 홀까지 3타를 잃었다. 이 틈에 한참 뒤처져 있던 오스턴 김과 완나센이 타수를 줄이며 거세게 추격했지만 이민지는 14~15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떨구며 다시 승기를 잡았다.

이민지, 티띠꾼과 함께 챔피언조에서 경기한 최혜진(26·롯데)은 버디 2개와 보기 4개로 2타를 잃고 공동 8위(3오버파 291타)에 올랐다. 최혜진은 기대했던 데뷔 첫승이 무산됐지만 4개 대회 연속 톱10을 기록하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셰브론 챔피언십 공동 9위, US여자오픈 공동 4위 등 이번 시즌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이소미(26·대방건설)도 공동 8위에 올라 마이어 클래식 3위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톱10을 기록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는 황유민(22·롯데)은 공동 19위(6오버파 294타), 방신실(21·KB금융그룹)은 공동 23위(7오버파 295타)로 대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