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일본은 1965년 수교 후 60년간 무역, 기술이전, 자본 투자 등을 통해 경쟁과 협력을 반복하며 함께 경제성장을 일궜다. 이 사이 양국의 무역규모는 352배 성장했고 대일 무역적자도 점차 줄어들며 수평적 관계로 나아가고 있다.
23일 학계에 따르면 1965년 ‘경제협력 및 청구권 협정’ 체결을 통해 한국이 받은 대일청구권자금은 한국 산업 발전에 요긴하게 쓰였다. 당시 대일청구권자금은 무상자금 3억달러, 유상재정차관자금 2억달러, 상업차관 3억달러 등으로 정해졌다. 유상자금은 10년간 3.5%의 이자율로 받기로 했다.
이렇게 들어온 돈은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과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 주요 기반시설(SOC)을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포항제철 건설에 1억1950만달러, 소양강댐 건설에 2160만달러,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690만달러, 원자재 도입에 1억3260만달러, 중소기업 육성에 2220만달러가 투입됐다.

한일경제협회는 2013년 발간한 ‘한일경제협회 30년사’에서 “한국의 산업화 과정에 필요한 많은 자본과 기술, 인재는 일본으로부터 유입됐다”며 “일본 의존적 산업구조의 심화는 양국 교역의 불균형을 초래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협회는 “일본 의존적 경제구조는 1990년대 후반부터 변화가 나타났다”며 ”일부 산업에서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을 추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지난 19일 발표한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 한·일 기업협력의 현주소와 발전전략’ 보고서에서 “2000년 이전에는 한국이 일본에서 주로 섬유 및 화학기계를 수입해 의류를 수출하는 등 수직적 분업 체계가 두드러졌다”며 “2000년 이후에는 반도체, 석유제품, 철강 등 주력 산업 중간재를 중심으로 양국 간 교역이 늘어나 수평적 협력관계가 강화된 것이 특징”이라고 분석했다. 한·일 산업 내 교역 지수(그루벨 로이드 지수)는 1988년 0.25에서 지난해 0.42로 상승했다. 이 지수가 1에 가까울수록 양국 간 무역이 활발하다는 뜻이다. 교역지수 상승은 한·일이 주력 산업 성장 과정에서 중간재 교역을 확대해 온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1965년 수출 4500만달러(약 619억원), 수입 1억7500만달러(약 2407억원)로 시작한 양국 교역은 지난해 수출 296억700만달러(약 40조7303억원), 수입 475억9400만달러(약 65조4751억원)로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산업계에서는 앞으로도 한·일 경제 협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여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세계무역기구(WTO)로 대표되는 자유무역 체제가 종언을 고하는 상황에서 국제질서 결정권이 없는 한국이 목소리를 키우려면 처지가 비슷한 일본 같은 우방과 손잡아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 중 101곳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6곳(62.4%)은 한국 경제성장을 위해 앞으로 한·일 경제협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