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
지난해 12월3일 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서 나온 이 언급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건은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체포와 구속을 불러왔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으로 파면된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계엄 사태에 관여한 군 장성들의 내란 혐의는 검·경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경쟁적인 수사를 통해 상당 부분 규명됐다.
하지만 국무위원들의 가담 여부나 계엄 관련 ‘비선(秘線)’ 의혹 등은 아직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다. 특히 북한의 공격을 유도해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려 했다는 일명 ‘외환 유치’ 의혹의 규명이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의 성패를 좌우할 과제로 꼽힌다.

◆계엄, 그날의 진실
24일 특검 등에 따르면 내란 특검법이 정한 수사 대상은 국헌문란 목적 폭동, 군경을 동원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시도, 구금 시설 마련 및 내란 선동, 북한과의 전쟁·무력 충돌 야기 시도 등 내란·외환행위 관련 11개 항목이다.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이 포함되면 대상은 더 늘어날 수 있다.
그간 검찰과 경찰, 공수처의 동시다발적인 내란 수사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 문건 작성과 계엄령 실행을 승인 및 지시하는 등 내란 사건의 최종 책임자로 기소됐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이 사전에 수천명의 군·경을 동원할 계획을 세우고 국회 권한 무력화 및 비상입법기구를 구성하려 했다고 봤다. 계엄 당일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 의원들을 끌어내라”거나 포고령 위반 시 체포도 지시했다는 게 수사 결과다.

수사 기록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포고령을 작성하고 계엄 당일 군 지휘라인에 병력 배치와 출동 명령 등을 내리는 등 내란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내란 수사 이후엔 실무자를 통해 보고서와 기록을 삭제·파기한 정황도 확보됐다. 계엄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장악하고 관계자를 체포·구금한 의혹,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던 이재명 대통령,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인사를 체포하려 했다는 의혹 등도 그간 수사를 통해 상당 부분 규명됐다. 계엄 선포가 위헌·위법했다는 헌재의 판단도 나온 상태다.
◆국무위원·野 의원들도 수사?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의 비상계엄 가담 의혹은 추가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대목이다.
경찰 특수단은 지난달 26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를 소환해 조사했다. 최 전 부총리는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비상입법기구 쪽지를 받았는데, 쪽지에는 비상계엄 후 국회를 대체할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를 분석한 결과 한 전 총리와 이 전 장관, 최 전 부총리의 진술과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특검 수사가 국민의힘 의원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통과를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이 추경호 전 원내대표 등 일부 의원에게 의결을 방해하라는 지시가 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이후 나경원 의원과도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의원은 해당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를 미리 말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외환 의혹 규명이 최대 관건
내란 특검의 수사 대상 중 가장 베일에 싸인 의혹은 윤 전 대통령 등이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려 했다는 외환 혐의 부분이다. 외환죄는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으로만 정해졌을 만큼 중범죄다. 하지만 기존 수사나 재판에서는 거의 밝혀진 것이 없다. 내란 특검이 이 부분 혐의 입증에 수사를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의혹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의 요건을 만들기 위해 평양에 무인기를 보내거나 ‘오물풍선 원점 타격’을 계획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1월 국회에 나와 “(지난해 10월) 김용현 전 장관이 ‘북한 오물풍선 상황이 발생하면 원점을 강력하게 타격하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비상계엄의 ‘비선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관련 의혹도 추가 규명이 필요하다. 앞서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확보한 노씨의 수첩에는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 공격 유도’, ‘수거 대상’ 등의 문구가 적혔다.
특검은 계엄 이후 벌어진 윤 전 대통령 체포 과정도 다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체포를 저지하고 계엄에 가담한 군사령관들 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라고 대통령경호처에 지시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있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내란 특검은 우선 수사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수사 대상의 범위를 넓히려 할 것”이라며 “계엄을 합법화하려고 시도했던 사람들을 밝히기 위해 외환죄 수사에도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