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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1년6개월 수사기록 이첩… ‘VIP 격노설’ 정조준

입력 : 2025-06-24 18:46:23
수정 : 2025-06-25 10: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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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해병 특검 내주부터 본격 수사

참사날 수색 지시한 임성근 구명 위해
尹, 이종섭 장관 통해 사건 은폐 의혹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연루된 이종호
“내가 VIP에게 얘기” 녹취록도 조사

2023년 7월19일 오전 9시10분쯤, 호우 피해 지역인 경북 예천군 내성천 보문교 일대에서 실종자 수색작전 도중 해병대 제1사단 포병여단 제7포병대대 소속 채수근 일병(순직으로 상병 추서)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됐다가 14시간여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해병대 수사단은 당시 현장 간부와 해병들을 조사해 ‘무리한 수색 지시’가 원인임을 밝혀냈으나, 수사 결과를 발표하려 한 같은 달 31일 갑작스레 일정이 취소됐다. 순직 해병 수사 외압 의혹 사건의 도입부다.

 

이종섭(왼쪽)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 2024년 6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관련 입법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년 가까이 수사를 이어온 이 사건은 이제 이명현 특별검사가 이끄는 특검팀에 의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길 기다리고 있다. 이 특검은 서울 서초구 한샘빌딩에 마련한 사무실 입주가 마무리되는 다음 주부터 수사를 본격화할 전망이다.

24일 채해병 특검법을 살펴보면 이 특검은 채 해병 순직 사건 자체와 윤석열 정권의 공수처 수사 외압 의혹,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등 8개 사건을 수사한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사건 은폐와 무마 등을 지시를 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수사기관들의 수사 내용에 따르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려 한 2023년 7월31일 오전 11시54분 대통령실 내선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발신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전 장관은 전화를 끊은 뒤 박진희 전 장관 군사보좌관의 휴대전화로 김계환 당시 해병대 사령관에게 연락해 언론 브리핑을 취소하고 경찰에 사건 이첩을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이른바 ‘VIP 격노설’이 제기된 시점이다.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고는 ‘이런 일로 (임 전)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며 크게 화를 냈고, 이것이 조사 결과 발표와 이첩 보류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군검찰에 낸 진술서에는 “김 전 사령관이 ‘대통령의 심기가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다녔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통화 기록과 함께 사건 관계자들 조사를 통해 VIP 격노설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

공수처는 지난해 1월부터 수사에 착수해 김 전 사령관 휴대전화에서 해병대 고위 간부에게 격노를 언급한 통화 내용과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대통령의 2023년 7∼9월 휴대전화 통신기록도 갖고 있다. 특검은 이를 이어받아 수사에 활용할 예정이다.

지난 2023년 7월 19일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 제1사단 포병여단 제7포병대대 소속 채수근 일병(순직으로 상병 추서)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특수 수색대가 실종 지점에서 수색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임 전 사단장 구명 의혹도 주요 수사 대상이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뒤집고 임 전 사단장을 무리한 수색을 지시한 혐의자에서 뺐다. 사건 다음날 보직을 포기하려 한 임 전 사단장은 이 전 장관으로부터 정상 출근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후 그는 전산으로 휴가를 신청했다. 특검은 임 전 사단장 구명이 이 전 장관의 판단인지, 보다 ‘윗선’의 지시가 있었는지 등을 밝혀낼 필요가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한 변호사와 통화에서 임 전 사단장의 사표 소식에 “절대 사표내지 마라,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고 했다)”고 하는 녹취록이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일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이 밖에 공수처 수사 대상이었던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금지 해제 및 도피 의혹, 윤 전 대통령이 박 대령의 항명 사건 수사와 공수처 수사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 등의 규명이 이 특검의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