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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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 환경별 맞춤 보조… 걷기 안전 ‘성큼성큼’ [김동환의 김기자와 만납시다]

입력 : 2025-07-05 14:34:17
수정 : 2025-07-05 14: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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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개선의 혁신기술 ‘입는 로봇’

지난 4월 보행 보조 로봇 ‘윔S’ 출시
평지·물속·계단 등 다양한 환경 지원
1.6㎏ 무게 제품 허리 착용하고 걷자
걷기 수월해지고 관절 등 충격 줄어
재활 치료·시니어 헬스케어 활용 기대

걷기가 기본 운동이자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다리가 중요한 신체 부위라는 데 이견이 없다. 노동과 여가에서 왕성한 움직임을 위해서도 튼튼한 다리는 필수다. 하지만 인간의 근육은 30세를 기점으로 정점을 찍고 이후 약 10년간 3∼5%씩 감소하며, 40대 이후부터는 1%씩 매년 줄어든다. 노화와 질병으로 신체 균형이 무너지면 보행 능력도 감소한다.

2021년 6월 웨어러블(Wearable) 로봇 시장에 등장한 ‘위로보틱스’가 보행 보조 연구에 몰두하는 이유다. 보행 보조와 특수작업 환경에서의 이동 개선을 위해 이 기업은 지난해 입는 로봇 ‘윔(WIM)’을 출시한 데 이어 1년 만인 올해 4월에는 ‘윔S’를 선보였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에 매년 참가해 기술력을 알리는 위로보틱스의 ‘윔 보행운동센터’를 찾아 웨어러블 로봇을 체험하고 나아갈 방향 등을 알아봤다.

 

◆평지도, 물속도, 계단도… 로봇과 함께 걸었다

지난달 26일 서울 송파구 윔 보행운동센터를 방문하니 ‘윔S’를 착용하고 걸을 수 있는 트랙이 눈에 띄었다. 육상 경기장을 축소한 듯 가장 긴 지름이 10m인 타원형이며, 걷거나 뛰면서 보행속도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체력단련업으로 신고된 운동 전문 센터로, 운동처방사, 물리치료사, 생활체육지도사 등이 보행 보조 로봇을 활용해 방문객 건강 상태나 운동 목표에 맞춰 맞춤운동을 진행한다.

진하늘 물리치료사의 지도하에 전원 버튼이 달린 가로 23㎝·세로 10㎝에 폭 7㎝ 본체를 허리에 착용했다. 허리 바로 밑의 고관절 부위부터 무릎 위쪽까지 일자형 구동기가 밀착되게 벨트도 체결했다. 일반 노트북과 비슷한 무게 1.6㎏ 제품이고 착용에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키 145㎝ 이상이면 누구나 착용할 수 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iOS에서 받을 수 있는 ‘윔’ 애플리케이션을 연동했다. 전원을 켜고 평지 보행을 가정한 ‘에어모드’ 1~4단계를 체험했다. 단계를 높일수록 구동기 추진력이 더해져 누군가 허벅지를 들어 올려주는 느낌이다. 조금만 힘을 줘도 수월하게 걸을 수 있어서 몸이 가벼웠다. 보폭도 넓어져 4단계로 갈수록 성큼성큼 걸었다.

기자가 지난 6월 26일 서울 송파구 윔 보행운동센터에서 보행 보조 웨어러블(Wearable) 로봇 ‘윔S’를 착용한 채 걷고 있다. 위로보틱스 제공

물속을 걷는 듯한 ‘아쿠아 모드’에서는 단계를 높일수록 전진 시 허벅지에 감지되는 저항이 강해 근력운동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였다. 등산과 유사한 ‘하이킹 모드’로 계단을 오를 때는 허벅지 근육 부하를 줄여 누군가 등을 미는 느낌이었고, 반대로 내려갈 때는 로봇이 고관절의 움직이는 범위와 각도를 보조해 바닥 디딜 때 충격이 덜했다.

약 30분에 걸친 체험을 종합한 기자의 보행 능력 점수는 100점 만점에 79점이다. 체험을 지도한 진하늘 물리치료사는 보통 수준이라며, 센터에서의 보행 훈련은 걷기 속도 향상보다 안정성 확보에 초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2500여명이 센터에 방문했으며 고령 부모의 보행 개선에 관심 있는 자녀가 대부분이었다. 적은 힘으로 쉽게 이동하기를 원하는 택배나 건설업 종사자 상담도 더러 있다. 기동성 향상에 주목한 서울경찰청은 윔S를 착용하는 ‘스마트 순찰’을 시범운영한다고 지난 5월 알렸다.

서울 송파구 윔 보행운동센터 모습. 김동환 기자

◆고령자 보행 훈련 논문도… ‘범용성’ 확보 목표

윔 시리즈의 핵심 기술과 보행 개선 효과 연구 논문은 세계 3대 과학 저널 ‘네이처’ 자매지이자 SCI 등재 저널인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지난 5월 실렸다.

웨어러블 로봇 관련 논문은 국내 처음으로, 위로보틱스 이연백·김용재 공동대표 등이 저자로 참여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보건소와 임상연구를 진행했고, 보조 보행 기능이 고령자 보행 능력 개선에 미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논문은 설명했다.

보행 훈련은 고령자 9명을 대상으로 4주간 주 2회씩 총 8회에 걸쳐 진행됐다. ‘10m 보행’ 기준 참가자의 걷는 속도는 평균 14.8% 증가했고 균형 능력이 개선됐다. 보폭 증가도 눈에 띄었다. 위로보틱스는 고관절 보조가 발목 근력을 강화한 덕분에 낙상 위험의 예방 의미도 더했다고 강조했다.

2025년 1월 7~10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5’에 차린 위로보틱스 부스에 관람객들이 모여 있다. 위로보틱스 제공

위로보틱스는 이를 토대로 재활 치료·시니어 헬스케어·산업현장 작업 보조 등 다양한 분야 실사용 확대를 적극 모색할 계획이다. 1대당 약 300만원인 판매가를 스마트폰 수준으로 낮춘다는 목표도 세우고 있다. 지난해 기준 윔 제품은 약 1000대가 팔렸다.

김지영 위로보틱스 마케팅팀장은 “더욱 가볍고 범용성 있는 웨어러블 로봇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