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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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은 죽기보다 싫어… 차라리 더 아프라고 기도” [심층기획-2025 간병지옥 리포트]

입력 : 2025-07-01 21:21:00
수정 : 2025-07-01 21: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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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에 미안함 가득한 윤씨
치매 앓다 뇌허혈성 발작 진단
숨쉬는 것 빼곤 남의 손 빌려야
수천만원 병원비 아들이 부담
이젠 싫지만 요양원 가야할 듯

치매 환자인 나는 광주에서 혼자 생활한다. 아내가 곁을 떠난 지 5년째, 집에서 홀로 지낸다. 나는 내가 뭘 했는지조차 모를 정도의 치매기가 있다. 두 달 전인 4월28일, 큰일이 생겼다. 집에서 밖을 나오려다가 쓰려졌다. 반나절이 지나서야 깨어 보니 병원이었다. 나는 쓰러진 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았다. 뇌허혈성 발작 진단을 받았다.

쓰러진 날, 날마다 오전 9시쯤 집에 들러 반찬을 놓고 가는 생활도우미가 오지 않았더라면 난 벌써 저세상 사람이 됐을 것이다. 생활도우미가 119에 연락해 가까스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윤지창씨가 지난달 25일 자신의 집에서 식사를 제공하는 광주시의 통합돌봄 서비스를 받고 있다. 광주=한현묵 기자

45일간 입원 후 나는 퇴원했다. 하지만 막상 퇴원하고 보니 어떻게 생활할지 더 막막했다. 70대인 나는 젊어서 은행 청원경찰과 한국마사회 직원으로 일했다. 슬하에는 40대 아들이 하나 있다. 아들은 중학교 때 서울로 떠나 줄곧 그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내와 둘만 지내던 나는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노년의 삶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난 병원이 싫다. 소독약 냄새도 그렇고 무엇보다 아픈 환자들 사이에서 지내는 게 고역이었다. 그래서 의사의 만류에도 치료를 다 받기도 전에 퇴원했다. 내가 평생 살던 집이 좋다. 그런데 한 달간 집에서 지내 보니 경제적 비용이 만만찮다. 나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숨쉬는 것을 빼고는 모두 남의 손을 빌려야 한다. 간병인이 24시간 나를 케어해야 하지만 그럴 형편이 되지 못한다.

아들은 여기저기 전화를 돌려본다. 지자체에서 부담하는 돌봄사의 시간을 더 늘려달라고 하소연한다. 나의 돌봄시간은 긴급돌봄서비스를 다 포함해도 하루 1시간 기준 50일이 최대이다. 법으로 정해진 돌봄시간이다.

집에서 보내는 나를 돌보는 비용은 한달 400만원이 넘는다. 모두 아들 혼자 부담한다. 평소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 아들에게 부모랍시고 이런 경제적 부담을 주니 내가 집에 있는 것이 꼭 큰 죄를 짓는 것만 같다. 내가 쓰러진 이후 아들은 병원비와 재가 간병비를 부담하느라 이미 허리가 휘었다. 아들이 며느리와 통화하는 내용을 우연히 들었다. 아들은 수천만원에 달하는 내 병원비·간병비를 마련하느라 벌써 대출까지 받은 모양이다. 며느리는 이제 더 이상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고 울먹이는 것 같았다. 살아 있다는 게 참으로 비참했다.

아들은 얼마 전 나에게 살며시 말을 건넸다. 지난번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했는데, 5등급이 나왔다는 것이다. 1∼3등급을 받아야 요양원 입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치매와 진료 일지 등 관련 자료를 첨부해 올 10월에 재신청하면 1∼3등급은 충분히 나온다고 알려줬다. 방바닥에 꽂혀 있던 눈길을 들어 아들을 쳐다보니 유일한 혈육의 눈가는 이미 촉촉해져 있었다.

그렇게 가기 싫은 요양원을 넉 달 후면 가야 될 거 같다. 난 요양원에 가는 게 죽기보다 싫다. 그런데 아들에게 어린아이처럼 집에 계속 머물게 해달라고 떼를 쓸 수도 없다. 돌아가는 형편을 보니 내가 요양원에 가야 된다. 아들도 자신의 가정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밤마다 차라리 치매가 더 심해지라고 기도한다. 세상의 근심걱정 다 떨쳐버리고 아무것도 모른 채 마지막 숨을 내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