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오염 물질에 포함된 초미세먼지(PM2.5)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심장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토론토대 케이트 해너먼 교수팀은 2일(현지시간) 북미방사선학회(RSNA) 학술지 방사선학(Radiology)에서 건강한 사람과 확장성 심근병증이 있는 환자 등 690여명의 심장 MRI 분석 결과 초미세먼지(PM2.5)가 심근 섬유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심혈관 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다. 대기질 저하와 심혈관 질환 연관성은 많은 연구에서 입증됐다. 하지만 대기오염 노출로 인해 심장에서 발생하는 구체적인 변화는 명확하지 않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해너먼 교수는 “대기오염에 노출되면 심장병, 특히 심근경색 위험이 커진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며 “이 연구에서 이 위험 증가가 조직 수준에서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발생하는지 밝히고자 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건강한 사람 201명과 심장이 혈액을 제대로 펌프하지 못하는 확장성 심근병증(dilated cardiomyopathy) 환자 493명에게 심장 MRI를 적용해 심근 섬유화 정도를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PM2.5에 장기간 노출된 것과의 연관성을 평가했다.
PM2.5는 직경 2.5㎛ 이하인 미세입자로 폐를 통해 혈류에 침투할 수 있다. 자동차 배기가스, 산업 배출, 산불 연기 등에서 많이 발생한다.
분석 결과 더 높은 농도의 PM2.5에 장기적으로 노출된 사람일수록 심근 섬유화 수치가 더 높았다. 이런 경향은 심근병증 환자뿐 아니라 건강한 대조군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또 PM2.5 노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그룹은 여성, 흡연자, 고혈압 환자인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 연구는 흡연이나 고혈압 같은 기존 임상 예측 인자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심혈관 질환 위험에 대기오염이 한 요인으로 작용함을 시사한다”며 “심근 섬유화가 대기오염이 심혈관 합병증을 일으키는 기저 메커니즘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내에서도 암 생존자가 초미세먼지(PM2.5)에 노출되면 심근경색, 뇌졸중 같은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최대 9%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신현영 교수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 등 공동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토대로 암 진단 후 3년 이상 생존한 3만9581명을 분석해 이러한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2009∼2018년 암을 진단받고 최소 3년 이상 생존한 사람 중에서 2015년 이후 심혈관질환을 새롭게 진단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초미세먼지 노출이 심혈관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각각 파악했다.
그 결과 코로나19 이전에는 초미세먼지 일평균 농도가 10μg/m³높아질 때마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3% 올랐고, 초미세먼지 노출량에 따라 발병 위험이 최대 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임신 중 초미세먼지(PM2.5)에 노출되면 태반의 미세 구조가 손상되고 태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국내 의료진의 전자현미경 관찰을 통해 확인됐다.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김영주 교수팀은 2020~2023년 약 900명의 임신부를 대상으로 임신 중 PM2.5 노출 수준에 따라 고노출군(15㎍/㎥ 초과)과 저노출군(15㎍/㎥ 이하)으로 분류하고 투과전자현미경을 통해 태반 조직을 분석했다.
그 결과 고노출군에서 태반의 융모막세포 영역에서 심각한 구조 변화가 발견됐다. 미세 융모의 소실과 단축, 기저막 두께 증가, 소포체 형성 등의 손상이 확인된 것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고노출군의 태아의 모세혈관 내 미토콘드리아에도 손상이 관찰됐다는 점이다. 미토콘드리아는 개체의 에너지 생성 및 발달과 관련된 기관이다. 또 혈액 내에서 미세먼지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의 결과로 생성되는 물질의 수치 증가가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