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아름다운 치과’ 운영 정종호 원장 “장애인 편의 위해 턱 없애고 치료 의자도 개조” [차 한잔 나누며]

입력 : 2025-07-07 06:00:00
수정 : 2025-07-06 21:30:18
+ -
6년째 장애인 대상 치과 진료
서울지역 민간병원으론 드물어
내부 구조 ‘광장’처럼 디자인
접수대 낮추고 별도 세면대도
“통상 예약서 진료까지 6개월
장애인 진료 치과 확대 시급”

“아∼ 해보세요. 잘 참았어요!”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강동구 둔촌동의 한 치과. 인근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온 중증장애인 A(30)씨 치료가 한창이었다. 이곳 ‘아름다운 치과’를 운영하는 정종호(63) 원장은 세심하게 A씨의 구강을 살핀 뒤 치아 사이에 낀 음식물을 제거했다. “가셔서 밥 잘 먹고 다음에 또 오세요.” 치료가 끝났다는 말에 A씨는 한결 개운한 표정을 지으면서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정종호 원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의 아름다운치과에서 세계일보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정 원장은 민간 개인 병원임에도 6년 전부터 이례적으로 ‘장애인 치과’를 내세워 운영하고 있다. 홈페이지 주소도 ‘장애인치과.com’이다. 36년 경력의 정 원장은 “6년 전 어느 날 지인이 장애인의 치과 진료를 부탁해서 ‘부담 갖지 마시고 보내달라’고 하면서 받기 시작했다”며 “시간이 지나 입소문이 났는지 여러 복지시설에서 찾기 시작했고, 어느덧 매일 장애인들이 찾는 치과가 됐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스스로 양치가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을 처음 진료할 땐 구강 상태가 정말 엉망”이라며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진료하며 관리한 결과 크게 좋아진 이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장애인들에게 이런 장애 친화적인 치과는 ‘선물’과도 같다.

 

서울에만 약 39만명의 장애인이 거주하고 있지만,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전문적인 공공병원은 서울대 치과병원과 서울시 장애인치과병원 2곳뿐이다. 서울에서 장애인 진료를 표방한 민간병원은 찾기 어렵다. 그간 장애인들을 위해 운영되던 민간 푸르메재단의 치과병원도 지난해 2월 재정 등 이유로 문을 닫았다. 정 원장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증장애인들은 치과 병원을 예약하고 진료를 받는 데 6개월 소모된다고 한다”며 “임플란트 수술은 1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지난해 치과가 있는 건물 2층에 은행 지점이 빠져나갔다는 소식을 듣고 “장애인 친화적인 병원을 만들자”며 이사했다. 기존 30평으로 협소했던 치과는 80평으로 두 배 넘게 넓어졌다. 장애인이 편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직접 내부 공사도 진행했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 치과의사 커뮤니티에서 개업 의사들을 상담해 주던 정 원장은 어느덧 개인병원 인테리어 전문가가 됐다.

 

정 원장은 치과에 휠체어를 타거나 간이침대에 실려 오는 장애인이 많은 만큼 입구부터 내부까지 모든 공간을 넓게 했다. 진료실 등 대부분 입구 폭이 2m가 넘는다. 장애인이 휠체어에 탄 채 진료 접수를 하거나 손을 씻을 수 있게 낮은 접수대와 세면대를 별도 설치했다. 인테리어에만 2억원을 쓴 그는 “장애인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넓은 공간을 ‘광장’ 형태로 꾸몄다”며 “혹여 넘어지지 않기 위해 턱이 전혀 없고, 치료용 의자도 직접 개조해 편하게 누워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이 가장 뿌듯한 순간은 구강 건강이 좋지 못해 음식을 다양하게 맛보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편하게 섭취하게 될 때다.

 

정 원장은 장애인 진료 치과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도 상황이 열악한데, 지방은 더 나쁘다고 들었다”며 “각 지역 보건소를 비롯해 개인병원에서도 장애인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장애인들이 편안히 진료받고 삶의 질이 향상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