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별검사팀(특검 조은석)이 수사 18일 만에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는 추가 조사 없이도 충분히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영장이 발부돼 특검이 윤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면 외환 혐의 수사에도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란 특검은 6일 66페이지 분량인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서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허위공문서작성, 특수공무집행방해, 경호법상 직권남용 교사 혐의 등을 적시했다. 이 중 비상계엄과 관련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허위공문서작성은 지난달 24일 체포영장 청구 때는 적용하지 않았던 혐의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이후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두 차례 소환 조사해 혐의를 다져왔다.
특검은 우선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직전 열린 국무회의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 혐의에 집중했다. 당시 국무회의 개최 사실을 통보받지 못해 불참한 국무위원들이 국무회의 심의·의결권을 침해받았다는 구도로 사건을 구성했다. 윤 전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해 일부 국무위원이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최근 소환했다. 계엄 선포가 정당하다고 언론에 알린 점도 대통령 공보 직원에 대한 직권남용죄로 적시한 거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려 선포문을 사후에 새로 만든 혐의(허위공문서작성)도 구속영장 청구서에 담겼다.
특검은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으로부터 계엄 이틀 뒤인 지난해 12월5일 계엄 선포문을 출력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서명을 받았고, 이틀 뒤 윤 전 대통령의 서명까지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한 전 총리가 문제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해당 문서는 생성 며칠 뒤 폐기됐지만, 허위공문서작성 혐의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와 관련해 공용서류손상·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도 적용한 거로 알려졌다.
특검은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이런 범죄사실과 증거인멸 가능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특검은 사건의 정점에 있는 윤 전 대통령이 불구속 상태에서 하급자이자 사건 관계자였던 이들과 연락하며 말을 맞추거나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계엄 핵심 인물인 김 전 장관이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이 최근 증거인멸 등 우려로 추가 구속된 점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구속할 경우 수사의 또 다른 ‘본류’인 외환 혐의 입증에 주력할 전망이다. 윤 전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명분을 만들기 위해 평양에 무인기 투입을 지시했다는 외환유치 혐의는 다른 사건과 달리 특검 출범 이후에야 수사가 본격화했다. 특검은 이미 군 관계자 상당수 조사를 마쳤고, 드론작전사령부에 무인기를 납품했던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술연구원 소속 연구원을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특검은 다만 외환 사건의 수사 대상이 방대하고 고의성 등을 입증하기 까다로워 윤 전 대통령 신병을 우선 확보한 뒤 사실관계를 다지고 법리 검토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구속영장 청구서에 외환 혐의를 제외해 관련 수사 내용을 윤 전 대통령 측에 미리 알리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특검은 영장 청구 하루 전인 5일 윤 전 대통령을 두 번째로 소환해 특수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외환 혐의 사건 등을 조사했다. 조사는 오전 9시4분에 시작해 오후 6시34분에 마무리됐다. 점심시간 1시간2분을 제외하면 약 8시간30분에 걸쳐 조사가 이뤄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