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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미식·레저 어우러져… 낮과 밤이 다른 ‘쉼’의 매력 [지방기획]

입력 : 2025-08-13 22:00:00
수정 : 2025-08-13 19:4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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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류형 관광지로 변신하는 남원

요천 수변권 미디어아트관 ‘피오리움’
개관 3개월 만에 이용객 7만명 돌파
예술 애호가들엔 ‘김병종미술관’ 인기
‘소녀 춘향’ 등 전통 공연도 매주 열려
올 상반기 ‘철도여행 어워즈’ 1위 차지
여행 상품 구매 땐 기차요금 50% 할인

푹푹 찌는 더위와 기록적인 폭우가 입추(立秋)를 지나면서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극한 폭염의 여파로 한낮에는 여전히 햇살이 뜨겁지만,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마음을 흔드는 이 시기, 쾌적하면서도 깊이 있는 휴가와 여행을 원하는 이들을 향해 전북 남원이 반갑게 손짓한다. 남원은 하루의 낮과 밤이 전혀 다른 매력을 펼쳐내 ‘머무름과 발견의 여행’이 가능한 곳이다. 낮에는 역사와 예술, 전통이 살아 숨 쉬고, 저녁에는 도심 하천의 야경과 로컬 미식이 기다린다. 새벽에는 지리산 자락의 맑은 공기가 하루를 새롭게 열어준다. 이곳에서는 빠듯한 일정표 대신, 한 박자 늦춘 걸음으로 하루를 채우는 여행이 가능하다.

남원은 한때 ‘춘향과 광한루원’으로만 기억되던 전통 여행지였지만, 이제는 문화·예술·미식·레저가 어우러진 체류형 로컬 관광지로 변신했다. 기차역에 발을 내디디는 순간부터, 다시 돌아가는 순간까지 남원은 휴가의 시간을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물들여 ‘쉼’이 있는 여행지가 된다. 전시관과 미술관에서 예술에 빠지고, 밤이면 요천변의 야경을 거닐다 추어탕집에서 호사를 즐길 수 있다. 극한 폭염으로 여름휴가를 조금 미룬 이들이라면 관광객이 아닌, 잠시 남원에 스며든 ‘손님’이 될 것이다.

전북 남원시가 30여년간 방치됐던 콘도 부지를 미디어아트 전시관으로 새단장해 올해 4월 말 개관한 ‘피오리움’과 ‘달빛정원’. 남원시 제공

◆갤러리·상설 창극 등 예술로 즐기는 여행

남원 요천 수변권에는 올해 봄 ‘피오리움’이라는 미디어아트 전시관이 문을 열었다. 지난 31년 동안 방치됐던 옛 비사벌콘도 부지를 리모델링한 이곳은 ‘새롭게 피어나는 남원의 빛’을 주제로 발광다이오드(LED)와 프로젝션 맵핑, 모션센서 기반의 인터랙티브 전시를 선보인다. 단순히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의 발걸음과 손짓에 따라 빛과 영상이 반응하며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낸다.

아이들은 물론 연인과 가족 단위 여행객이 즐기기 좋은 공간이어서 개관 3개월여 만에 입장객 3만명, 전체 이용객 7만명을 돌파하며 ‘남원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반지하 형태의 전시장 위에 펼쳐진 달빛정원에서는 밤마다 은은한 조명이 수변을 물들이고, ‘마시랑게’ 카페에서는 전시 관람 후 여유로운 티타임을 즐길 수 있다.

예술 애호가라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남원 시립 김병종미술관이다. 남원 출신 김병종 화백이 400여점의 작품과 5000여점의 자료를 기증해 세워진 이 전원형 미술관은 춘향테마파크 너머 호남 좌도농악으로 유명한 함파우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있어 사계절 내내 풍경이 그림 속에 녹아든다. 직경 600㎜ 대형 망원경을 갖춰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남원항공우주천문대와 600여년의 역사를 간직한 광한루원, 장인의 숨결이 깃든 전통한옥 숙박 단지인 ‘예촌’ 등에서 걸어서 10∼20분 거리다.

남원 시립 김병종미술관 전경. 지역 출신 김병종 화백이 400여점의 작품과 5000여점의 자료를 기증해 2018년 건립됐다. 남원시 제공

현재 갤러리2에서는 ‘미지의 방랑자’ 전시가 10월19일까지 무료로 진행 중이며, 김 화백의 대표작은 갤러리1에서 상설 전시된다. 주말에는 드론 배송 시범 서비스가 운영돼 미술관 주차장에서 김밥·빵·음료를 하늘에서 받아보는 특별한 경험도 가능하다. 조용한 산책길과 결합한 미술관 관람은 도시에서는 깊게 맛보기 어려운 고요함을 선물한다.

남원은 판소리 ‘춘향가’와 ‘흥보가’의 고향답게 전통 공연이 일상처럼 열린다. 옛 KBS방송국 건물을 개조한 국악 전용극장 ‘청아원’에서는 상설 창극 ‘소녀 춘향’이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1860년대 동학이 퍼지던 시절, 소리꾼 김춘향이 동학 창시자 최제우를 만나 새로운 춘향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전통 판소리 형식 속에 평등과 인권, 자유의 메시지를 녹여낸 무대는 남원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이야기가 있는 감동을 전하며 깊은 울림을 준다. 소녀춘향은 문화체육관광부 ‘로컬 100’에 선정된 공연으로, 다음 달 27일까지 매주 토요일 열린다. 현장 예매뿐 아니라 NOL(놀)티켓으로도 예약할 수 있다.

옛 방송국 건물을 개조해 최근 건립한 국악 전용극장 ‘청아원’의 상설 창극 ‘소녀 춘향’ 한 장면. 남원시 제공

◆기차·자전거·미식… 체류형 여행 완성 코스

남원은 전라선 중심에 자리해 철도관광과 연계성이 뛰어난 도시다. 올 상반기 ‘지역사랑 철도여행 어워즈’ 1위를 차지하며, 코레일과 협약해 남원 여행 상품을 구매하면 기차 요금 5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전국을 도는 ‘레일크루즈 해랑’의 첫 목적지로 꼽힌 만큼 철도 여행과의 궁합이 좋다.

자전거 여행객을 위한 코스도 잘 갖춰져 있으며, 남원역에서는 공공자전거를 대여할 수 있다. 특히 ‘자전거 자유여행 대표 코스 60선’에 선정된 요천 100리 숲길은 강변을 따라 달리는 시원한 바람과 물빛을 즐길 수 있는 명코스다. 하반기에는 ‘여행이 식탁이 되는 미식관광’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부각 만들기 체험, 전통시장 투어, 지역 명인과의 미식 토크, 전통시장 여행, 미식열차 탑승 등 소규모 미식 투어가 마련돼 남원의 이야기를 맛으로 즐길 수 있다.

남원시가 코레일관광개발과 손잡고 전국일주 여행상품으로 운행 중인 ‘레일크루즈 해랑’이 남원역에 도착하자 취타대가 환영하고 있다. 남원시 제공

남원시는 앞으로 ‘누리시민제’를 기반으로 숙박·식음·교통·체험을 하나로 묶은 통합관광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여행객이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콘텐츠처럼 경험토록 하는 구상이다.

박준기 남원시 문화관광교육국장은 “광한루원이라는 전통 관광 자산 위에 문화예술, 생태, 미식, 레저를 덧입혀 여행객이 오래 머물 수 있는 도시로 만들고 있다”며 “이제 남원은 밤낮으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다양해 단순한 당일치기 여행지가 아니라 체류형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경식 남원시장 “관광 콘텐츠 무궁무진… 머물고 싶은 도시로 진화”

 

“전통과 미래가 함께 숨 쉬는 체류형 여행지이자 지속 가능한 관광도시로 진화하고 있는 남원의 무한한 변신을 기대하세요.”

 

최경식(사진) 전북 남원시장은 “남원은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역사와 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라고 소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3일 세계일보와 만나 “국립공원 제1호 지리산 등 천혜의 자연환경에 문화·예술·미식이 어우러진 도심 관광자원이 확충되면서 남원에서만 보고·느끼고·체험할 수 있는 관광 콘텐츠가 무궁무진해졌다”고 강조했다.

 

최 시장이 지난 9일 피오리움 개관 100일을 맞아 열린 ‘남원관광 비전 선포식’에서 “이제 더 이상 남원관광은 춘향과 광한루원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원시는 민선 8기 3년 동안 광한루원 중심의 전통 관광에서 벗어나 요천 수변∼달빛정원·피오리움∼함파우 예술특화지구로 이어지는 관광벨트를 구축했다. 또 야경과 먹거리가 어우러진 ‘월광포차’와 전통예술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미디어아트 콘텐츠를 도입해 ‘스쳐 가는 도시’에서 ‘머무는 관광도시’로의 전환을 이뤘다.

 

최 시장은 “세대와 가족 단위 여행객이 남원을 스펙트럼 관광 시대의 다채로운 로컬여행 최적지로 찾을 수 있도록 철도여행 연계 상품을 비롯해 주야간 체류형 관광 콘텐츠, 문화·예술·미식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더 발굴하고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관광 서비스의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 3년간 국토교통부 드론 실증도시 구축 사업을 통해 드론 배송 서비스를 본격화한 것은 관광과 결합해 남원만의 특별한 매력을 줄 수 있는 요소”라며 “여기에 최근 ‘KTX 남원역세권 개발사업’이 국토교통부 2025년도 투자선도지구 지정 공모 사업에 최종 선정된 것도 남원관광이 한층 도약할 수 있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최 시장은 2030년 달빛철도 개통과 전라선 고속화로 KTX남원역이 유일한 환승역이 되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역세권 개발을 통해 지역 먹거리와 관광을 연계한 푸드랩, 전통문화 기반 청년창업 공간, 체류형 관광 허브를 조성해 관광·문화·산업이 승수효과를 낼 것”이라며 “머물고 체류하는 도시, 대한민국 관광 1번지 남원을 완성할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