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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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감성으로 MZ 저격… 너도나도 “튀어야 산다” [심층기획-유튜브 홍보에 매몰된 지자체들]

입력 : 2025-08-13 20:30:00
수정 : 2025-08-13 18: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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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시 구독자 84만명, 인구의 4배
‘공무원 관짝춤’ 등 패러디로 큰 인기
경북 ‘보이소 TV’ 비보이 접목 화제
“표현의 자유 존중해야 다양성 유지”

톡톡 튀는 유튜브 영상은 지방자치단체 홍보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B급 감성’(정형화된 주류 형식에서 벗어난 콘텐츠)을 앞세운 충북 충주시의 유튜브 채널이 전국적으로 흥행하면서 이를 벤치마킹한 지자체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구독자 경쟁도 치열하다. 이들 지자체가 유튜브를 활용해 정책 홍보는 물론 젊은층에 소구할 수 있는 재미까지 담보한다는 긍정적 평가도 상당하다.

 

충북 충주시 유튜브에서 최고 조회 수인 1075만회를 기록한 영상.
유튜브 캡처

13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243개 광역·기초단체들 가운데 가장 많은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곳은 충주시다. 구독자는 약 84만명으로, 충주시 인구(약 20만7000명)의 4배를 넘는 규모를 자랑한다. 2019년 6월 유튜브 ‘충주시’ 채널을 개설한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충주맨’으로 불리는 채널 담당자 김선태 시청 소속 주무관은 영상을 통해 인기를 끌면서 TV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하는 등 유명인 반열에 올랐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서 유행하는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을 적극 패러디하면서도 시정 홍보와 연결짓는 참신함이 성공 배경으로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홍보하기 위해 제작한 ‘공무원 관짝춤’ 영상물이 대표적이다. 이 영상은 조회 수 1075만여회를 기록하며 충주시 유튜브 채널 중 가장 많이 본 영상에 올랐다.

경북도의 유튜브채널 ‘보이소TV’의 ‘브레이킹 인 경북’ 파트3 한 장면. 유튜브 캡처

충주시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는 뉴미디어팀 관계자는 “여러 지자체에서 기발하고 재밌는 방법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배우기도 한다”며 “앞으로도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라이브방송, 공무원이 일하는 현장을 담은 영상을 통해 행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홍보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광역단체 중에서는 경북도의 ‘보이소TV’가 약 38만명으로 가장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경북의 문화유산과 볼거리를 참신하게 소개하는 영상이 인기를 끌었다. 비보이 크루 ‘퓨전엠씨’의 브레이크댄스를 통해 지역 곳곳을 알리는 ‘브레이킹 인 경북’ 시리즈는 100만 조회 수를 훌쩍 넘기는 등 화제가 됐다.

서울 마포구 뉴미디어팀이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는 모습. 마포구 제공

서울 25개 자치구의 경쟁도 치열하다. 서울 자치구 중에서는 마포구의 ‘my mapo마포구’ 유튜브 채널이 단연 1등(구독자 약 4만7000명)이다. 지역 축제나 주요 행사 생방송, 구민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는 ‘마포숏터뷰’ 콘텐츠 등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 관계자는 “호응이 좋은 주민참여형 콘텐츠를 더욱 강화해 나가려고 한다”며 “지역상권과 관광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는 콘텐츠 등을 재미있게 홍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의 유튜브 채널이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창작자만의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교수(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는 “알고리즘 등의 논리에 따라 만들어지는 영상이 아닌, 공공기관 등 (유튜브 생태계) 외부의 제작자가 콘텐츠를 만들면서 신선함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정부나 지자체가 정책적으로 유튜버를 양성하려 할 경우 다양성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