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한 자치구 뉴미디어 팀장은 구독자와 조회 수 부담을 느끼는 현실을 꼬집으며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충주맨과 비교할 때마다 답답하다”면서 “그렇게 과감한 시도를 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특성상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놓아도 ‘내부검열’을 통해 버려지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칫했다가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면서도 “영상이 하나 터지면 그걸로 기사가 많이 되고 해서 안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부연했다.
유튜브가 정부 광고를 휩쓰는 와중에 전국 지자체에서도 유튜브 홍보에 매몰되는 모습이다. 13일 세계일보가 더불어민주당 이재관 의원실을 통해 제출받은 ‘2022∼2024년 전국 지방자치단체(광역 17곳, 기초 226곳) 유튜브 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모든 지자체가 1개 이상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인 곳은 손에 꼽는 수준이었다.
◆경쟁적인 유튜브 홍보… 효과는 미미
인천시는 최근 3년간 유튜브 광고비로 광역단체 가운데 가장 많은 9억922만원을 지출했으나, 유튜브 구독자는 약 8만명(지난 5월 기준)에 그쳤다. 영상 가운데는 조회 수가 한자릿 수인 것도 있었다. 인천시는 2010년 유튜브 ‘인천광역시’를 개설해 7469개 영상을 올리는 등 활발한 홍보활동을 벌이고 있는 곳 중 하나다. 평균 조회 수는 9115회이며 최고 조회 수는 242만3790회를 기록한 ‘인천광역시 캐릭터 홍보CF 15초(영어자막)’ 영상이다.
기초단체 중에는 경기 시흥시가 같은 기간 5억4093만원을 써 가장 많은 홍보비를 지불했다. 구독자 수는 4만8725명 수준이다. 시흥시 유튜브 ‘시흥시청’은 2013년 개설돼 2069건의 영상이 올라와 있다. 평균 조회 수는 4970회, 최고 조회 수는 13만1663회를 기록한 ‘ISEE흥! in theK-Golden Coast (prod-신사동호랭이)’ 영상이다. 최저 조회 수는 6회로 ‘[시흥시]여러분의 이야기가 뉴스가 됩니다’ 영상이었다.
이재관 의원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각 지자체별로 유튜브로 집중 홍보하고 있으나 실질적 효과는 미비하다”며 “홍보예산 역시 국민세금이므로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철저한 성과평가와 집행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회 수 위해 무리수 두다 구설 오르기도
현장에선 구독자·조회 수 등 수치로 드러나는 ‘성적표’에 압박을 느낀다는 호소가 나온다. 한 기초단체 유튜브 담당 팀장은 “관내 의원들은 왜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냐고 하지만 공공 홍보의 목적을 가진 이상 재미 위주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소위 ‘어그로’를 끌기 위한 과한 영상을 제작하는 곳들을 보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도자료 등과 다르게 좋은 영상을 만들려면 기획하는 데도 며칠 걸리고, 돈과 시간도 많이 든다”며 “지자체끼리 경쟁하는 구도가 되니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털어놨다.
인기 영상을 노리려다 구설에 오르는 경우도 늘고 있다. 경산시는 지난 5월 유튜브 채널에 6·3 대선 투표를 독려하는 홍보영상으로 남성 상급자가 여성 직원의 머리채를 잡는 모습을 연출했다 논란을 불렀다. 시는 하루 만에 영상을 삭제하고 이튿날 공식 사과했다. 유튜브 담당자는 사과문에서 “광고를 패러디한 영상”이라며 “모든 장면은 허구를 기반으로 구성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 강북구는 지난해 10월 유튜브 채널에 걸그룹 뉴진스 하니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 출석 모습을 패러디한 영상을 올렸다가 외국인 차별논란에 휩싸였다. 강북구는 며칠 뒤 “당초 제작 의도와 달리 외국인 차별 소재라는 많은 분들의 지적에 대한 우려와 염려를 겸허히 받아들여 해당 영상은 비공개 처리했다”며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지자체 유튜브의 압도적 성공모델인 ‘충주맨’도 논란을 피하진 못했다. 2020년 11월 충주 한 여자고등학교를 방문해 촬영한 영상에서 충주맨의 부적절한 언행이 도마위에 오르며 사과하고 제작을 중단하는 등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그래도 대세는 유튜브… “따라가야”
그럼에도 지자체 홍보담당들은 결국 대세인 유튜브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한 서울 자치구 홍보팀장은 “IPTV도 송출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로그 통해서 보도자료도 배포하고 하지만 결국에는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게 유튜브이기 때문에 더욱 신경쓸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행사 라이브 같은 경우에 글이 아니라 영상으로 직접 송출하면 생동감도 있고 시각적인 효과가 크기 때문에 체감되는 반응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들이 유튜브 홍보에 열을 올리는 것이 자연스럽고 합리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행정학)는 “유튜브를 우리 국민 거의 다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접근할 수 있고 그래서 (홍보담당자도) 효과가 크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그간 유튜브라는 홍보수단을 활용해 쏠쏠한 재미를 본 지자체가 있어 그것을 따라가는 건 매우 정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지자체가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자기들이 하는 일을 주민을 비롯해 국민들에게 알리고, 경쟁적으로 이익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잘하고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한편 그는 정부의 유튜브 광고비 집행과 관련해선 “구글 망사용료 문제는 지자체 유튜브 홍보 이용과는 별개로 논의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라며 “구글이 밉다고 유튜브를 사용하지 말라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