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결과로 내려왔으면 고생한 보람이 있을 텐데. 건강 문제도 그렇고, 미안할 뿐이죠.”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에서 세계 최장기 고공 농성을 이어온 해고 노동자 박정혜씨가 600일 만에 땅으로 내려왔다. 박씨를 지상에서 도와 온 이은희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조합원은 29일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박씨는 꼬박 600일을 고공에서 투쟁해왔다. 2022년 10월 구미 공장에 대형 화재가 났고, 2022년 11월 한국옵티칼은 박씨를 포함한 노동자에게 공장 청산을 통보한 게 발단이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은 희망퇴직을 시행해 노동자 100여명을 내보냈다. 거부한 노동자는 모두 해고했다. 박씨를 포함해 11명이 다른 공장으로의 고용 승계를 요구하는 투쟁에 나섰다. 지금은 이 중 7명이 남았다.
조합원들은 박씨가 고공에 오른 그 날만 해도 500일을 넘어 600일을 채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정나영 조합원은 지난해 1월8일 아침 “하루만 올라가 있는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내일은 우리가 올라갈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세계일보 기사 참조 ‘“하루만 올라가 있는 줄 알았어요”…지상에서 고공농성 돕는 사람들’>

이날 이씨는 박씨의 건강이 위태해 보여 “당장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는 “요 며칠은 식중독 같은 장염 증세를 보였는데, 밑에서 해줄 수 있는 건 약 올려주는 게 다였다”고 했다.
희망적인 마음도 있다. 이씨는 “전 정권 대비 지금 정부에서는 관심을 가져주니 달라졌다는 걸 느낀다”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사측과 대화할 자리를 어떤 식으로든 찾아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전날 정 대표는 구미를 찾아 옵티칼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땅에 내려온 박씨는 “앞으로도 정부와 국회에서 저희 문제를 책임지고 해결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주노총은 논평을 내고, 투쟁의 새 장을 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고 노동자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오고, 불법과 횡포를 자행한 자본을 강력히 규제하는 날을 만들기 위해 한 발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민주노총은 “정부와 국회, 대통령실은 미뤄온 교섭을 주선하고 외투 기업의 횡포를 규제하는 제도 마련에 착수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책임을 회피해온 세월을 결코 지울 수 없다”며 “지금부터가 국가의 책무를 다할 마지막 시험대”라고 강조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조속한 해결을 약속했다. 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통령께서는 ‘옵티컬 문제에 대해 장관이 가진 권한을 아끼지 말고 조속히 해결하는 데 전력을 다하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이어 “이른 시일 내에 노사 간 교섭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