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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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 산업안전보건위에 하청노조 참여 보장해야” [심층기획-'산재 전쟁 한 달' 긴급진단]

입력 : 2025-09-03 06:00:00
수정 : 2025-09-02 19: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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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안전강화 대책 주문

1차 하청까지만 참여 등 한계 지적
활동시간 보장도 필수 요소 강조
“심의·의결 기능 갖춘 협의체 필요”

노동계는 노동자가 참여하는 안전근로협의체가 제대로 작동하는 게 실질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현재도 공공부문에서 원·하청 안전근로협의체를 운영하지만 1차 하청까지만 참여하는 등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2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지난달 26일 김종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는 안전강화 대책을 주문했다. 이달 정부가 발표하는 노동안전 종합대책에 가장 실효성 있게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부분이다. 구체적으로 원청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하청노조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다. 일명 ‘원·하청 산업안전보건위원회’다. 지난달 2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에도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강철(왼쪽 두 번째) 철도노조 위원장이 지난 8월 26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공공기관 안전관리 강화 방안 노정교섭 요구 기자회견에서 청도 열차사고 산재사망 관련 사고의 근본 원인과 안전대책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다만 노동계는 현장에서 활동 시간을 보장해주는 게 핵심이라고 본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단순히 노동자가 참여할 수 있다고 법에 명시하는 게 아니라 타임오프제(노조 활동 시간을 사측이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주는 제도)에 묶이지 않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청 노동자의 참여 보장이 중요한 이유는 6월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 김충현씨 사망사고에서도 확인됐다.

한국서부발전은 원·하청 안전근로협의체를 분기별로 운영하고 있지만 이 협의체에는 1차 하청(한전KPS) 노사만 참여했다. 김씨가 속한 2차 하청 사업장인 한국파워오앤엠은 서부발전의 안전근로협의체 대상이 아니었다.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2차 하청 노동자까지 포괄하는 협의 기구가 필요한 데 더해 심의·의결 기능도 더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한국서부발전의 협의체 경우 심의·의결 기구가 아니어서 소극적으로 참여가 제한되고, 민원 창구 수준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는 공공부문에만 국한한 이야기가 아니다. 산업재해가 다발하는 건설업에서도 노동자가 참여하는 협의체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세중 민주노총 건설노조 노동안전보건국장은 “현재 원청 노동자가 참여하는 협의체가 있으나, 그 노동자는 ‘작업반장’이라 불리며 사실상 사용자성을 띤다”며 “소규모 현장까지 가닿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강태선 서울사이버대 안전관리학과 교수는 “노사가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업종 특성에 특화한 자체 규범을 만들어 산업별 모범을 창출해야 한다”며 “노동부가 그 장을 깔아주고,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올바른 관행을 창출하는 데도 자원을 할당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