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집권 3기 최대 정치 행사로 지난 3일 베이징에서 성대하게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열병식은 미국에 대한 저항 의지와 중국 군사력을 과시하는 무대였다.
중국은 육·해·공에 걸친 핵 3축 체계, 위성 파괴까지 가능한 방공체계, 최신 전자전과 무인체계까지 투입했다. 미국과의 군사력 및 국방과학기술 대결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점을 과시한 셈이다.

◆‘막을 수 없는 中 부흥’ 메시지 담은 전략무기들
시 주석은 전승절 기념사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은 막을 수 없다”며 중국군이 세계적 강군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말을 뒷받침하듯, 열병식에선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첨단 전략무기들이 대거 등장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중국 군사력 발전 보고서에서 “중국은 핵무장 가능한 미사일 전력을 크게 강화하고 핵탄두 생산 증대를 요구할 새로운 ICBM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저위력 정밀 타격 미사일부터 ICBM에 이르는 다양한 체계로 구성된 핵전력을 구축, 선택지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같은 분석은 열병식에서 현실로 드러났다.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DF-61이 대표적이다.
DF-61은 현재 운용 중인 DF-41에 이어 중국이 보유한 최신 ICBM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2019년 고체연료를 쓰는 ICBM DF-41을 공개한 바 있다. 이후 DF-41의 후속 무기로 DF-51의 존재가 거론됐다. 하지만 실제 등장한 것은 DF-61이었다. 모종의 이유로 DF-51 전력화가 중단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DF-41과 DF-61 탑재 발사차량(TEL)이 모두 8륜이라는 점이다. 길이나 폭 등에서 두 미사일이 비슷하거나 DF-61이 더 작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DF-61의 고체연료 추진제가 더 우수한 것으로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
고성능 추진제를 쓰면 연료통 무게와 부피가 줄어들면서도 추력은 늘어난다. 사거리 연장 또는 탄두 탑재중량 증가가 쉬워진다. 상대적으로 작은 TEL에도 탑재가 가능해진다. 중국의 미사일 기술 발전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중국 최초 ICBM인 DF-5의 개량형 DF-5C도 등장했다. 지하 사일로에서 발사되는 미사일로서 사거리는 1만3000㎞로 추정된다. DF-5B는 3개의 핵탄두를 탑재하는데, DF-5C는 최대 10개를 장착할 수 있는 다탄두 미사일로 알려졌다.
중국의 첫 공중 발사 핵미사일 JL-1도 군용 트럭에 실려 공개됐다.

공중 발사 핵미사일은 전략 폭격기를 타격 플랫폼으로 사용한다. 지하 사일로는 위치가 노출되어 있어 적군의 보복 공격에 취약하며, TEL과 잠수함은 지형과 기상 등의 제약을 받는다.
전략폭격기는 언제든 이륙할 수 있다. 광대한 하늘에서 움직이므로 발사 위치와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더불어 적군의 공격 이후 반격을 위한 전력으로 적합하다.
미국과의 전력 격차를 좁히는 것도 가능하다. B-2 스텔스 폭격기로 이란 핵시설을 파괴한 미국과 달리 중국의 폭격기는 1950년대 옛소련 Tu-16을 면허생산한 H-6 계열을 개량한 것이다. 차세대 폭격기 H-20이 개발중이지만, 실제 모습이 공개된 적은 없다.
단기간 내 H-20이 실전배치되지 못한다면, 구식 플랫폼인 H-6에 최신 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H-6의 전략적 타격력을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열병식에선 대함미사일도 다수 등장했다. 대부분 마하 5가 넘는 극초음속 미사일로서 이지스 전투체계 등 서방의 최신 함대방공체계를 돌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극초음속 대함탄도미사일(ASBM) YJ-21은 055형 구축함과 H-6 폭격기에 탑재된다. 마하 6∼10에 달하는 속도로 최대 1500㎞를 날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직에 가까운 각도로 낙하하므로 군함들이 요격하기가 까다롭다.
YJ-15는 램제트 추진체계를 적용, 초음속으로 비행해 적함을 타격하는 미사일로 추정된다.
YJ-19은 이번 열병식에 처음 공개되는 것으로, 미사일 동체 아래에 공기 흡입구가 있다. 램제트보다 더 빠른 스크램제트 방식을 적용한 극초음속 대함미사일이라는 평가다.

YJ-20도 처음 공개됐다.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공기역학적 특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미사일이다. 탄두의 작은 원뿔은 극초음속 비행 도중 미사일 표면에 충격파를 형성, 미사일 후방의 방향타를 보호한다.
비행 최종 단계에서 방향타를 쓰면, 일종의 요격 회피기동을 하면서 수직에 가깝게 낙하할 수 있다. 함대방공체계를 뚫을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항공모함을 비롯한 대형함정 타격을 염두에 둔 무기로 평가된다.
신형 장거리 극초음속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CJ-1000도 등장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는 없으나 2019년 10월 공개됐던 DF-100 장거리 순항미사일과의 연관성이 거론된다. CJ-100으로도 알려진 DF-100은 사거리 3000∼4000㎞에 최고속도는 마하 5로 추정된다.

◆‘군사혁신’ 자신감 드러내
열병식에서는 무인·방공체계와 전자전 장비들도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에 맞설 첨단 군사과학기술을 갖췄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다.
2019년에 공개됐던 GJ -11 무인전투기는 정밀 타격 및 공중 정찰 임무를 위해 만들어졌다. 꼬리가 없는 가오리 형태의 기체에 내부무장창 2개를 갖춘 스텔스 설계가 특징이다.
유인 전투기보다 앞서서 편대로 비행하며 전선을 정찰하고, 교전 시 대량의 미사일이나 폭탄을 퍼부을 수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GJ-11 수석 설계자 덩슈아이는 2023년 중국 글로벌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무인기를 “센서와 탄약고 역할을 모두 수행하며, 조종사를 위한 지능형 조수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새로운 유형의 인공지능(AI)을 적용했다고 주장하는 무인기들도 등장했다. 군함에 탑재할 수 있는 무인 헬기와 무인공격기 외에도 꼬리날개가 없어 스텔스 성능이 두드러지는 무인전투기 3종류도 포착됐다.
크기가 가장 큰 무인기는 기수 아래 F-35의 전자 광학 표적 시스템(EOTS)과 유사한 것으로 보이는 센서가 있다. 공기흡입구가 기체 양 측면에 있고, 하부에 내부무장창이 있다. 해당 무인기가 전투기 임무에 맞게 설계되었음을 시사한다.
이보다 작은 무인기도 유사한 형태다. 중국이 유·무인 복합체계에 사용할 수 있는 협력무인기(CCA)와 더불어 독립적인 작전에 무게를 두는 무인전투기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무인차량과 무인수상정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의 새로운 방공체계도 잇따라 공개됐다. 장거리, 중거리, 단거리 방공 임무와 다층 탄도미사일 요격을 수행하는 무기를 모두 선보여 방공 및 미사일 방어능력을 과시했다.

이번 열병식에서 처음 선보인 HQ-29 지대공미사일 체계는 지난해 주하이 에어쇼에서 첫 공개되어 열병식에도 참가한 HQ-19의 후속 모델이다.
중국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리는 HQ-19는 고고도 종말 단계에서 탄도 미사일을 요격한다.
HQ-29는 이보다 더 강력한 무기로서 미국 SM-3처럼 대기권 밖에서 탄도미사일과 저궤도 위성을 요격한다. 교전범위가 50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LY-1 레이저 시스템도 공개됐다. 지향성 에너지 방공 체계로 설계된 LY-1은 적 장비의 광학 센서를 무력화하는 용도로 개발됐다. 함정에 탑재하면 더 큰 동력 장치를 설치할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출력이 크게 증대된다. 드론과 순항미사일, 고속정 공격에 적합하다.
드론 공격에 대응하고자 만든 FK-3000도 선보였다. FK-3000은 이란의 샤헤드 드론과 유사한 저고도 드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됐다.

30㎜ 기관포와 더불어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 12발을 탑재한 발사 포드 2개, 화력 통제 장비를 통합했다. 이 시스템은 각 포드에 12발의 단거리 미사일을 탑재한 두 개의 발사 포드를 갖추어 동시에 다중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 사거리는 최대 12㎞다.
중국은 이번 열병식을 통해 자국의 전략적 억제력과 첨단 기술을 과시했다. 과거보다 크게 발전했지만, 미국과의 격차를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비대칭 전력보다는 미국 전력과 대칭되는 구도를 이뤘다. 여전히 미국의 기술을 따라가는 추격자인 셈이다.
중국이 미국과의 대결 국면에서 판도를 뒤집을 창의적인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기술과 군사력은 발전하지만 미국과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