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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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 복직하니 타부서 발령…위법 요소는? [슬직생]

입력 : 2025-09-14 07:27:01
수정 : 2025-09-14 07: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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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책수상 못 받는 자리로…“동일 직무 아냐”
근로계약 만료 시점 사용 시 자동 연장 불가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직원이 이전과 달리 밤 근무를 요구받았을 때 사업주의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최근 법원 판결이 나왔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에서 복직한 근로자에게 근로 조건의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불이익이 아닌 단순 근로 조건의 변경은 어떨까? 

 

일단 육아휴직을 신청했을 때 회사엔 거부권이 없다.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시작하려는 날의 전날까지 회사에서 6개월 이상 근무했다면, 근로자는 회사에 휴직을 신청할 수 있고, 회사는 이를 거부할 수 없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복직 시 근로자가 불이익을 당한다면 육아휴직을 쓰고 싶어도 사용이 어려울 것이다. 법을 이 지점을 고려해 복직 시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급여를 지급하는 직무로 복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이를 어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회사의 조직체계 변동으로 해당 근로자가 다른 업무를 맡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몇 가지를 따져봐야 한다. 판례에 따르면 임금에 더해 새로 부여받은 업무의 성격과 내용, 범위, 권한, 책임 등을 고려해 직무상 불이익이 생기는지가 쟁점이 된다.

 

최근 사회재활교사가 장애인 공동주거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을 상대로 낸 해고 무효 확인소송에서 승소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A씨는 1년여간 육아휴직을 했는데 B재단은 복직을 앞두고 근무조건을 변경한다고 통보했다. 변경된 근무시간은 오후 4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휴게시간 1시간 포함), 시간외근무는 오전 6~8시였다. A씨는 자녀 양육 등을 이유로 근무시간을 조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복직 첫날 휴직 전과 마찬가지로 오전 11시에 출근했는데 재단 측은 무단결근이라며 경고장을 18차례 보낸 뒤 해고했다. 면직 처분에 불복한 A씨는 재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시스

1, 2심은 재단의 업무 지시가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도 원심을 확정했다.

 

이와 비슷하게 또 다른 사건에서는 구매담당 매니저가 서비스 담당 업무로 복직해 중앙노동위원회의 구제를 받았다. 해당 근로자는 육아휴직을 마치고 업무가 바뀌면서 월 50만원의 직책 수당을 받지 못하게 됐다. 인사평가 권한도 잃었다. 중노위는 이 사건에서 소속 직원을 지휘 및 감독하는 관리자 업무에서 실무 담당자로 업무가 바뀐 것은 업무 성격이 동일하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기간제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쓸 때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경우는 어떨까. 이때는 회사가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계약은 자동 종료된다. 만약 계약 기간 만료 시점에 육아휴직을 쓸 경우에도 기간이 자동 연장되는 건 아니다. 

 

사업주는 육아휴직 기간 중 특별한 사정이 아닌 한 해고할 수는 없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가 육아휴직 기간 그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다만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는 불가피하게 해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