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곰이 도심에까지 나타나 사람을 해치는 일이 잇따르는 가운데 일본인 10명 중 6명은 포획·사살 등 ‘구제’ 중심 대응책을 바란다는 조사 결과가 12일 나왔다.
시가지에서도 기초단체장 판단 하에 엽총을 이용한 곰 구제가 가능해진 개정 조수보호관리법 시행(9월1일)을 앞두고 마이니치신문이 지난달 일본 전역의 18세 이상 2046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곰에 대해 ‘구제를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응답이 63%로 ‘구제 이외의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20%)는 답변을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구제 중심 대응책에는 전 연령대에서 고르게 60%대 찬성률이 나왔다. 남녀별로는 남성이 71%로 여성(58%)보다 13%포인트 많았다. 응답자를 11개 권역으로 나눠 답변을 분석했더니, 홋카이도와 도호쿠 지방을 제외한 9개 권역에서 50∼60%대가 구제 중심 대응을 원했고, 홋카이도와 도호쿠 지방에서는 70%가 넘었다. 두 지역 모두 곰 출몰이 잦은 곳으로, 홋카이도에서는 올해 신문 배달원과 등산객이 각각 불곰에 습격당해 숨지는 일이 발생했었다.
자유 응답 방식으로 이유를 묻자 ‘구제 중심 대응’을 택한 이들은 “사람을 습격해 인간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는다면 구제밖에 답이 없다”(40대 남성), “사람이 사는 곳에 접근한 곰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구제해야 한다”(70대 남성), “곰의 무서움을 모르는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떠들고 있다”(70대 여성), “동물 애호 따위는 안전한 곳에 사는 사람들의 무책임한 주장”(30대 여성)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제 중심 대응’을 선택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 같은 적극적인 주장보다 “어쩔 수 없다”는 투의 소극적 태도가 두드러졌다고 마이니치는 덧붙였다. 80세 이상 여성은 “야생동물 보호도 중요하지만 인적 피해가 가속화하는 상황에서는 구제가 부득이하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60대 남성은 “곰이 불쌍하긴 하지만 사람 목숨이 제일”이라고 했다.
곰 구제와 자연 보호 사이에서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답변도 많았다. “산의 생태계가 무너졌기 때문에 곰이 (주거지로) 내려온다고 생각한다. 그 원인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다”(40대 여성), “지금 상황을 만든 것은 인간이기에 인간의 활동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는 있다”(40대 남성) 등이었다.
‘구제 이외의 방법 모색’을 택한 사람들은 인간과 곰이 공존·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60대 여성은 “곰이 시가지에까지 나타난 이유를 고려해서 대응하지 않는다면, 단지 구제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고, 70대 남성은 “사토야마(里山)를 소중히 관리해 (인간이) 동물과 구별지어 살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는 이유를 댔다. 일본에서 사토야마는 자연과 도시의 중간 지대를 형성하는 산과 들, 농경지, 습지 등을 일컫는 말이다.
구제 외의 대응책을 주장한 사람들 중에도 “단기적으로는 어쩔 수 없다”(20대 여성), “사람을 덮친 곰에 한정해야 한다”(70대 남성)며 부분적 구제에 찬성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모르겠다’는 응답도 16%나 됐다. 한 60대 여성은 “구제는 인간 중심의 사고방식”이라면서도 “하지만 구제 말고 효과적인 공존 방법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