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마라토너’가 아닌 ‘이어달리기 주자’라고 생각합니다. 임기 내에 완료되지 않더라도, 용산을 위한 일이라면 끝까지 책임지고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은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언제든 현장에서 주민을 만나고 그 속에서 답을 찾겠다’며 중장기 계획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제업무지구 조성과 한남뉴타운 재개발 등 대형 개발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숙원사업인 경부·경원선 지하화 추진에도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유니버설(보편적) 디자인’을 기조로 이동약자 배려 쉼터 조성 등 살기 좋은 용산구 만들기에도 나섰다.

초선인 박 구청장은 최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구청장으로서 지난 3년은 변화의 큰 물결 속에서 용산의 잠재력을 현실로 만드는 시간이었다”고 임기를 돌아봤다. 그는 “용산구만의 특성이 있는 매력이 이제는 충분히 표현될 수 있는 지역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구의 임기 기간 미래가치와 가능성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큰 성과는 주민들에게 칭찬받고 호응이 좋았던 생활밀착형 사업”이라며 △청소체계 개편 △자투리땅 주차장 조성 △도로 열선 설치 등 작지만 삶에 불편함을 없애는 정책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구는 올해 2월 청소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34년 만이다. 쓰레기 종류별 수거주체를 통합하고, 이태원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은 휴일을 포함해 주 7일 쓰레기를 수거하도록 했다. 자체 조사에서 주민 만족도가 84%에 달할 정도로 호평을 받고 있다. 이촌동·삼각지역 인근 등의 자투리 부지를 발굴해 주차장 358면을 조성했고, 구릉지가 많은 구 특성에 맞춰 3년간 38개 구간에 열선을 설치했다.
대규모 개발도 구의 중요 현안이다. 박 구청장은 “용산구는 철로, 미군기지 등으로 지역이 동서로 갈려 있어 많은 희생을 강요받았다”며 “‘잘 살아보자’는 재산 확장의 의미인 다른 지역과 달리, 용산의 개발은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산역 일대 국제업무지구 조성은 2023년 특별 전담조직을 조성해 내년 상반기 기반시설 착공에 들어간다. 2028년 하반기 공사를 마치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업무지구로 자리잡을 것으로 구는 기대 중이다. 용산전자상가도 이와 연계해 인공지능(AI)·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첨단산업 혁신지로 육성할 방침이다. 구는 이를 위한 진흥계획을 수립하고 내년 상반기 관련 용역에 들어간다. 구는 용산공원과 용산역 광장을 연결하는 ‘버들개문화공원’ 등 생활 속 쉼터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공원 하부에 조성될 공공도서관은 이달 중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구의 숙원사업인 경부·경원선 지하화도 추진 중이다. 올해 초 국토교통부의 ‘철도 지하화’ 선도사업에 서울이 제외되면서 실현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구는 국토부, 서울시와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지하화 사업 추진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박 구청장은 “서울에서 경부선과 경원선 노선이 모두 지나는 곳은 용산이 유일하다”며 “이로 인한 물리적 단절은 물론 오랜 기간 소음·진동, 교통체증 등 주거권 침해를 겪어 왔다”고 철도 지하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면서 “신분당선 연장선의 완공과 이촌역 경유 문제도 주민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가 없는 남영역 개선사업에도 구의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구는 올해 초 서울 자치구 중 처음으로 ‘유니버설디자인팀’을 신설하고 공공디자이너를 영입하는 등 도시공간 설계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박 구청장은 “물리적 환경의 차별을 줄이고 남녀노소 누구나 편리하게 도시공간을 이용하는 게 핵심”이라며 “8600세대가 들어설 한남3구역 개발에도 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