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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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호랑이 배지’ 하나에 2시간 웨이팅…도대체 왜 이렇게 열광하나?

입력 : 2025-10-13 06:15:10
수정 : 2025-10-13 08: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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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한류 콘텐츠 소비 방식을 바꾸다
‘케데헌’ 신드롬이 만든 문화 대폭발…‘뮷즈’ 매출 역대 최고 경신

역대 최다 방문객, 역대 최고 매출. 국립중앙박물관이 그야말로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 효과’로 들썩이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하자, 작품 관련 문화상품 ‘뮷즈(Muse·문화상품+굿즈)’를 사기 위해 몰린 인파가 박물관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다.

 

‘까치 호랑이 배지’는 상징 아이템으로 떠오르며, 매일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이번 추석 연휴 내내 박물관 앞에는 긴 대기 줄이 이어졌고, ‘뮷즈샵’은 연일 ‘웨이팅 지옥’이었다.

전시장은 MZ세대 방문객으로 붐볐고, 주차장마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결국 박물관 측은 20년 만에 주차 요금을 80% 인상했다.

 

◆“굿즈 사려는 줄이 전시 줄보다 길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개 이후 온라인 뮷즈샵 방문자는 일일 평균 7000명에서 60만명으로 폭증했다.

 

올해 1~8월 뮷즈 매출액은 217억1300만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매출(212억8400만원)을 넘어섰다. 판매 인원도 56만4381명, 모두 역대 최고 기록이다.

 

작품 속 캐릭터를 닮은 ‘까치 호랑이 배지’는 상징 아이템으로 떠오르며, 매일 품절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SNS에는 “배지 실물 구경하기가 로또보다 어렵다”는 글이 넘쳐난다.

 

◆세계가 주목한 ‘K콘텐츠의 진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K팝 아이돌 그룹 헌트릭스가 악령을 노래로 물리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다.

 

공개 후 누적 시청수는 3억뷰를 돌파, 넷플릭스 사상 가장 많이 본 작품으로 등극했다. OST ‘골든(Golden)’은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 5주 연속 1위를 지키며 글로벌 팬덤의 열기를 입증했다.

 

폭발적인 인기 속에 넷플릭스는 속편 제작과 실사 영화화, 뮤지컬 기획까지 추진 중이며, 완구·의류 등 상표권 출원도 잇따르고 있다.

 

◆“굿즈가 아니라 문화다”…‘뮷즈’ 현상 대해부

 

한 문화콘텐츠 전문가는 “케데헌은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글로벌 팬덤이 한국 문화를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냈다”며 “‘뮷즈’는 단순한 캐릭터 상품이 아니다. 작품의 세계관과 서사를 연결하는 ‘컬처블 아이템’으로 소비자들의 감정적 소속감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이어 “콘텐츠와 굿즈의 서사 연결성, 즉 팬심이 곧 소비의 동력이다. MZ세대는 굿즈를 ‘작품의 일부’로 인식한다”며 “이처럼 콘텐츠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소유하는 것’으로 확장되면서, 문화소비의 형태가 급격히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MZ세대에게 ‘케데헌’ 굿즈는 단순한 기념품이 아닌 자신이 어떤 세계관과 가치를 지지하는지를 드러내는 상징”이라며 “‘뮷즈’를 구매하는 행위는 곧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문화적 소비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한 소비트렌드 분석가는 “‘K콘텐츠 소비’가 이제는 ‘한국 문화 정체성의 세계적 확장’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이 한국적 서사와 미학을 결합해 세계 시장에 내놓았다는 점에서, 이는 K컬처의 실질적 수출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케데헌’ 열풍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위상도 바꿨다. 과거에는 전시 관람 중심의 기관이었다면, 이제는 ‘문화 트래픽’을 창출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며 “이 정도 인파는 사실상 역사적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공공기관을 넘어 하나의 문화 브랜드로 전환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박물관은 이달부터 2005년 용산 이전 이후 처음으로 주차요금을 인상했다. 승용차 기준 2시간 2000원에서 3600원(80%↑), 버스는 4000원에서 7200원(80%↑)으로 조정됐다.

 

박물관의 요금 인상은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닌 콘텐츠 허브로서 ‘문화 교통량’을 관리해야 하는 시대라는 방증이다.

 

◆팬덤이 만든 ‘K컬처 경제’…‘의미소비’ 시대의 상징

 

팬덤은 더 이상 연예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케데헌’ 같은 세계관형 콘텐츠는 팬덤을 문화 커뮤니티로 확장시키고, 그 자체가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케데헌’은 단순한 콘텐츠가 아니다. 한국 전통 상징(까치, 호랑이)을 현대 감성으로 재해석하며, 전통이 ‘힙’하게 돌아오는 시대를 열었다.

 

‘케데헌’이 보여준 것은 단순한 흥행이 아니다. 콘텐츠가 곧 브랜드가 되고, 팬덤이 곧 시장이 되는 새로운 문화경제의 탄생이다.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제공

한 대중문화 평론가는 “까치호랑이 배지가 다시 유행이 된 것은 전통이 새로운 방식으로 ‘리브랜딩’된 결과다. K컬처가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뮷즈’는 굿즈(good+z)가 아닌 ‘컬처 커넥터’이다. 브랜드와 소비자의 정체성을 연결하는 고리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케데헌’이 보여준 것은 단순한 흥행이 아니다. 콘텐츠가 곧 브랜드가 되고, 팬덤이 곧 시장이 되는 새로운 문화경제의 탄생이다.

 

결국 ‘케데헌’ 신드롬은 질문을 던진다. 한국 문화의 다음 무대는 어디인가? 박물관에서, 스트리밍에서, 팬의 손안에서, K컬처의 시대는 지금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