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인류가 끊임없이 추구해온 이상이다. 이상을 현실로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전쟁의 불길은 여전히 지구 곳곳에서 타오르고, 국경은 사람과 사상을 가른다. 그럼에도 인류는 평화를 포기하지 않는다.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마지막 가치이기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와 미국을 잇는 ‘푸틴-트럼프 터널’ 구상이 잇따라 보도됐다. 러시아 해외투자·경제협력 특사 키릴 드미트리예프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러시아 극동과 미국 알래스카를 해저터널로 연결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에서 2주내 헝가리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직후 이 계획을 공개했다.
드미트리예프 특사는 “베링해협 연결의 꿈은 1904년 시베리아-알래스카 철도에서 시작돼 오늘까지 이어져온 비전”이라며 “푸틴-트럼프 터널은 자원 탐사, 무역, 일자리 창출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의 ‘더보링컴퍼니(The Boring Company)’와의 협력을 제안하며 “전통적 공법보다 10분의 1 비용으로 완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푸틴 대통령의 경제참모로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를 이끌며 국제협력 전략을 주도해왔다. 이번 구상은 러시아~미국~유럽~아시아~아프리카를 잇는 ‘아프로유라시아 통합’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드미트리예프 특사는 이번 구상을 ‘케네디–흐루쇼프 세계평화 다리’의 현대적 부활로 소개했다. 1961년 비엔나 정상회담 당시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흐루쇼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은 냉전의 벽을 넘어 협력의 가능성을 논의했다. 드미트리예프 특사가 공개한 옛 스케치에는 “알래스카와 러시아를 즉시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푸틴-트럼프 터널’을 주제로 한 AI 영상 공모전까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시민들이 상상 속에서라도 이 터널을 구현해보자는 취지에서 나온 제안이다. 수상자에게는 러시아 극동 또는 알래스카 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 ‘상상에서 시작된 평화’가 현실을 바꾸는 힘이 되길 바라는 상징적 이벤트다. 트럼프 대통령도 러시아 특사의 주장에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이 구상은 20년 전 한국의 문선명 총재가 제시한 ‘국제평화고속도로’ 비전과 맞닿아 있다. 문 총재는 2005년 세계평화의 실천 방안으로 베링해협 해저터널 건설을 주장했다. 그는 인종과 종교의 벽을 넘어 인류를 하나의 공동체로 묶기 위해, 대륙을 잇는 길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문 총재는 1981년 한일해저터널, 2005년 베링해협 해저터널을 각각 ‘평화의 길’로 제안하며 국제 아이디어 공모전까지 개최했다. 빙하 지형을 고려해 교량보다 해저터널이 현실적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현재 이 유훈 사업은 한학자 총재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
베링해협은 러시아와 미국을 잇는 물리적 통로이자, 인류 문명의 흐름이 교차하는 관문이다. 약 1만5000년 전, 이곳은 얼음길을 따라 사람들이 대륙을 건넜던 인류 이동의 통로였다. 오늘날 이곳에 터널이 건설된다면, 교통 인프라를 뛰어넘어 ‘인류 평화의 상징’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과 경제·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서방의 대러 제재 속에서도 두 나라 정상이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세계질서의 변화를 예고한다. 만약 베링해협터널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그것은 냉전의 잔재를 넘어 인류가 새로운 평화질서로 나아가는 상징적 사건이며, 전쟁을 멈추고 대륙을 잇는 길 위에서 협력의 시대를 다시 여는 일이 될 것이다.
베링해협은 이제 더 이상 ‘북극의 단절된 바다’가 아니다. 문선명 총재가 꿈꾼 베링해협 해저터널은 인류를 하나로 잇는 평화의 길(Peace Road), 새로운 희망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