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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경주 에이펙, 역대 최대 각국 정상·글로벌 CEO 교류의 장” [세계초대석]

입력 : 2025-10-22 06:00:00
수정 : 2025-10-21 21:2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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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급 인사 16명·CEO 1700여명 참여
트럼프·시진핑 이어 젠슨 황 참석 눈길
정상·장관과 기업 1대1 미팅 마련 노력
韓기업들, 美 관세협상 마무리 등 기대

에이펙 경제효과 7.4조·고용창출 2.2만
주최국 韓, 신뢰자본 축적 절호의 기회
서밋 성공개최로 역내 중심축 될 수도
정부도 에이펙을 ‘발상의 전환’ 계기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의 경제 효과는 약 7조4000억원, 고용 창출은 2만20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보다 각국 정상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 간 교류의 장이 열리는 만큼 측정할 수 없는 무형의 의미는 훨씬 더 클 겁니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지난 17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최고경영자(CEO) 서밋의 경제적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박 부회장은 “CEO 서밋의 논의가 실질적인 업무협약(MOU)이나 투자 협력으로 발전되도록 다양한 네트워킹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문 기자

경주 에이펙 CEO 서밋을 주관하는 대한상공회의소의 박일준 상근부회장은 지난 17일 세계일보와 인터뷰 직전까지도 막바지 준비에 분주했다. 오는 28∼31일 열리는 CEO 서밋은 에이펙 공식 부대 행사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의장을 맡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경제포럼인 이번 행사는 기존 2박3일에서 3박4일 일정으로 확대되면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서밋에는 에이펙 회원국 정상급 인사 16명과 글로벌 기업 CEO 등 1700여명이 참석해 △지역경제통합 △인공지능(AI)·디지털 전환 △지속가능성 △금융·투자 △바이오·헬스 5가지 핵심 의제를 논의한다. 박 부회장은 “기존 에이펙에서는 지역경제통합·디지털·지속가능성이라는 3가지 주제로 논의가 이뤄졌다면, 이번에는 금융·투자와 바이오·헬스를 새롭게 추가하고 디지털에 AI를 붙여 보강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된 상황 속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자리에 모이는 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립자 겸 CEO의 참석 소식이 알려지며 경주 에이펙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 AI CEO와 팀 쿡 애플 CEO,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쩡위췬 CATL 회장 등 ‘거물급 인사’들의 참석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서밋의 의미와 차별점, 에이펙을 통해 나올 기업인들의 제안은 무엇일지 박 부회장에게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2025.10.17./이재문 기자

―서밋 주제가 ‘Bridge, Business, Beyond’(3B)다. 어떤 의미인가.

 

“경계를 넘어, 혁신적 기업 활동을 통해,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하자는 비전을 담고 있다. 이번 서밋에서는 혁신 주체로서 기업의 역할, 기업과 기업, 또 기업과 정부의 연결성 강화, 공동 번영을 위한 지속가능성 확보라는 큰 틀에서 다양한 과제를 다룰 예정이다.”

 

―규모는 어느 정도로 예상되나.

 

“각국 정상과 CEO만 1700명이 넘을 것으로 본다. 행사 관련 인력을 모두 합치면 5000명 정도로 생각한다. 3박4일 동안 총 20개 세션과 특별연설, 정상연설 등 85명의 연사가 참여해 19시간 이상 집중 논의를 진행하면서 기존 서밋들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수준이 될 것이다.”

 

―주요 참석 인사는.

 

“주요 글로벌 기업에서는 젠슨 황, 맷 가먼(AWS CEO), 호아킨 두아토(존슨앤드존슨 CEO), 제인 프레이저(씨티그룹 CEO), 사이먼 칸(구글 APAC 부사장), 앤터니 쿡(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사이먼 밀너(메타 부사장) 등이 참석한다.

 

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IMF 총재), 마티아스 코만(OECD 사무총장), 안나 비예르데(월드뱅크 사무총장), 우야마 도모치카(WTO 수석고문) 등 주요 기관 인사들도 온다. 추가 참석자들도 있을 예정이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2025.10.17./이재문 기자

―경제적 효과는 어느 정도로 추산하나.

 

“이번 서밋의 경제적 효과를 딜로이트와 함께 공동 분석해보니 단기적으로는 3조3000억원의 파급 효과와 1만2000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중·장기적 효과로는 4조1000억원, 1만개 일자리 창출이 전망된다. 단순히 경제적 파급 효과를 넘어 이번 서밋으로 신뢰자본을 쌓아 한국이 역내 전략적 파트너십의 중심축이 될 수도 있다.”

 

―서밋을 준비하며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서울이 아닌 경주에서 열린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교통, 숙박이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기업 입장에서 행사 한 번 하러 경주까지 오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분을 모시기 위해 메인 행사인 CEO 서밋의 규모도 키웠고, 참여 유인이 될 만한 부대 프로그램을 많이 기획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나.

 

“AI·방산·조선·디지털 자산·에너지·유통 등 핵심 산업 6개를 주제로 열리는 ‘퓨처 테크 포럼’이 대표적이다. AI는 SK, 조선은 현대가 맡는 식으로 서밋과 별개의 포럼을 연다. 만약 참가자가 AI에 관심이 있다면 서밋에서 관련 세션에 참여하고, 다른 시간에는 퓨처 테크 포럼에서 관련 분야 네트워킹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또 국내 혁신 기업들이 첨단 기술을 소개할 수 있는 ‘K테크 이노베이션 쇼케이스’도 열린다. 동반 가족을 위해 배우자 특별 만찬 등의 프로그램도 기획했다. 와인·전통주 페어, K뷰티·웰니스 체험관, 미술 전시회 등도 준비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2025.10.17./이재문 기자

―이번 서밋의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가.

 

“정상과 글로벌 CEO 간 직접 소통이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다 보니 각국 정상들도 기업인들과 행사를 많이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꼈다. 특히 에이펙 정상·장관과 참가 기업 간의 일대일 비즈니스 미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각 기업이 주최하는 네트워킹 행사 관련 지원에도 신경 썼다.”

 

―실무 단계에서 최 회장이 직접 챙긴 부분이 있었다면 소개해달라.

 

“최 회장이 다른 나라 서밋에도 많이 참가해본 만큼 준비 과정에서 굉장히 세부적인 내용까지 많이 말씀해주셨다. 특히 크루즈 여객선을 숙소로 활용하자는 것은 최 회장의 아이디어였다. 크루즈에서는 숙박뿐 아니라 회의실, 연회시설 등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발 관세 부담이 커지고 있다. 서밋을 통해 기업인들이 정상들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나.

 

“에이펙 정상과 기업인자문위원회(ABAC) 간 대화라는 공식 창구가 있다. 이번 경우에는 ABAC 위원들이 현재 무역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과 필요한 점 등을 전달할 것으로 생각된다. 공식 자문기구인 ABAC는 회의에서 5개 분야에 걸친 기업인들의 실제 애로사항을 수렴해 41개 정책 제안을 마련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2025.10.17./이재문 기자

―한국 기업들이 에이펙에 거는 기대는 무엇인가.

 

“이번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때문에 미국과 관세협상 부분이 마무리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미국 내 경쟁이 상대적인 만큼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대우를 받게 되면 치명적이다. 지금 자동차가 그런 경우다. 그렇기 때문에 관세율 조정도 중요하지만, 특히 최혜국 대우(MFN)가 꼭 확보돼야 한다.”

 

―한국 정부에 제안하고 싶은 바가 있을 것 같다.

 

“기존 정책을 펼쳐왔던 틀에서 벗어나 발상의 전환이나 과감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제 상황에 맞출 필요도 있다. 우리는 WTO에 따라 수출 보조금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면, 해외에서는 다른 명분을 만들어 보조금을 준다. 우리도 일단 지원한다고 생각하고 지원할 방법을 찾는 식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예컨대 정부에서 세제 혜택으로 법인세를 깎아준다고 하지만, 기업이 적자가 나면 법인세를 낼 것도 없다. 나중에 법인세로 돌려주는 방식 대신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기존의 틀을 깰 필요가 있다.”

 

―최근 ‘캄보디아 사태’ 등으로 청년 일자리 문제가 다시 이슈가 됐다.

 

“청년들이 본인이 원하는 일자리를 가지지 못하고, 취업한다고 해도 내 집 마련이 쉽지 않으니 일확천금에 대한 유혹이 커지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코인 투자나 해외에서 솔깃한 제안이 오면 그쪽으로 빠질 수 있다. AI와 로봇이 이용되면서 갈수록 신입직원의 역할이 사라지고 있다. 기업이 성장해야 일자리도 많이 생기는데 기업 환경이 너무 어려운 상황이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2025.10.17./이재문 기자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우려도 클 텐데.

 

“계속해서 재계 의견을 내고 있지만 어느 정도 반영될지가 걱정이다. 특히 파급 효과 면에서는 중소·중견기업도 모두 적용되는 노란봉투법이 훨씬 크다. 기업들은 법 개정 이후 교섭 주체와 방식이 불명확해 우려가 큰 상황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중간에서 합리적인 안을 만들려고 하고, 기업 목소리를 듣는 기회도 자주 갖고 있는 만큼 후속조치에 재계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기업이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기업 규모를 따지지 말고 성장하는 기업을 지원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는 순간 규제가 확 늘고 지원은 줄어드니 오히려 중소기업으로 돌아가기 위해 기업을 쪼개는 곳들이 많다.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을 나눠서 지원하는 제도를 없애고 달라진 환경에 맞춰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건의도 하고 있다.”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1964년 경북 포항 출생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콜로라도대 경제학 석사 ●행정고시 31회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산업국장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 ●㈜한국동서발전 대표이사 사장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2024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