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 신공항 건설을 비롯해 취수원 이전, 3대 미래 신산업 등 대구시가 역점 추진 중인 중장기 사업의 조기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과 함께 TK 신공항 이전의 정부 재정지원 가능성, 취수원 다변화 등 핵심 현안 사업의 다양한 실효성 방안을 검토해 대안을 찾겠다며 긍정적인 지원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6일 대구시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참석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논의된 지역 현안과 관련해 후속 조치를 논의하고 있다. 시는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한 덕담이 아닌 재정지원과 정책적 결단 가능성을 열어둔 신호로 감지하고, 이를 실현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와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TK 신공항 건설 정부 주도로 전환되나
11조5000여억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 조달 문제로 표류하는 TK 신공항 건설을 두고 이 대통령이 “적정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향후 사업 추진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야당 대표 시절 정부 재정으로 TK 신공항 사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 놨다”며 “다음 단계는 ‘정부가 얼마나 지원할 것이냐’라는 문제가 남아 있지만 실현 가능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2030년까지 군위군 소보면·경북 의성군 비안면 일대에 TK 신공항을 건설한다. 시는 지방채를 발행해 정부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사업비를 조달한 뒤 군 공항을 짓고, 기존 K-2 군 공항 후적지를 개발해 사업비를 회수하는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에 시는 첫 공자기금으로 지난 3월 내년에 필요한 사업비 2795억원을 정부에 신청했지만, 이는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은 지난 7월 “내년 토지 보상 관련 절차가 지연되면 2030년 개항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개항 지연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부산 가덕도 신공항처럼 TK 신공항 건설도 국가 주도 재정 사업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는 신공항 전체 사업비를 저리로 공자기금에서 모두 융자받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자는 국비로 갚는 방식을 중앙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조속히 사업을 추진하도록 정부에 공자기금 융자와 금융비용에 대한 재정보조 등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취수원 빠른 시일 내 실효적인 결론
대구의 또 다른 주요 현안인 취수원 이전과 관련해 시는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에 기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면밀한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취수원 이전은 대구와 경북 지역의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라며 “환경부에 지시해서 꽤 오랫동안 점검하고 있다. 다음 기회에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든 답을 내겠다. 이른 시일 안에 실효적인 방안을 마련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환경부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복류수, 강변여과수(강 아래서 정화), 고도 정수처리, 인공지능(AI) 기반 수질 모니터링 등 첨단 수처리 기술을 활용해 깨끗하고 안정적이면서 비용도 저렴한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교착 상태를 고려한 ‘플랜B’ 성격의 검토안이다. 이 사업은 2022년 대구시와 구미시가 구미 해평취수장을 공동 이용하기로 결론 내렸지만, 민선 8기 들어 갈등을 빚으면서 당시 협정이 이행되지 못했다. 이후 대구시가 안동댐에 대구 취수원 이전을 추진해왔으나 상주시, 의성군 등 지방자치단체들의 반대로 새 정부 과제로 넘어왔고 새 정부가 이를 전면 재검토하기에 이르렀다.
시는 안동댐 이전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면서도 이전 합의안인 구미 해평취수장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구미시가 대구 취수원으로 구미보 상류를 제안하면서 또다시 인근 지자체가 반발하는 등 상황이 더 복잡해졌다. 시는 정부의 신속한 이전안 결정을 건의하고 있고, 정부 방침이 나오는 대로 그에 맞는 대응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계획이다.
◆메디컬·AI로봇·모빌리티 등 비전 제시
이 대통령은 타운홀미팅에서 ‘지역 균형발전’을 강조하며, 메디시티·AI 로봇수도·모빌리티(이동수단) 산업 등 대구의 ‘미래 3대 경제 발전’ 방안을 소개했다. 정부 부처별로 보건복지부는 대구를 ‘첨단기술 융합 메디시티’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부는 각각 대구가 ‘대한민국 AI 로봇 수도’와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대구는 이미 5개 상급종합병원을 보유한 비수도권 최대 의료도시다. 첨단의료복합단지와 한국뇌연구원, 테크노파크 등 연구와 산업기반이 집적돼 의료 연구와 산업화가 동시에 가능한 유일한 도시다.
또한 이미 250여개의 로봇기업과 수성알파시티의 소프트웨어 집적지, 현대로보틱스 등 산업 리더를 갖춘 로봇·AI산업의 중심지다. 시 역시 정부 정책에 맞춰 ‘AI로봇 실증 클러스터’와 ‘스마트제조 혁신인프라 구축사업’을 병행 추진 중이다. 또한 대구는 제조업 생산액의 53%가 차 부품산업에서 발생하고 있고, 1000여개 부품기업과 4만5000여명의 종사자가 활동 중이다. 대구 주행시험장도 2030년까지 글로벌 인증 기준을 충족하는 테스트 트랙 등 실증 인프라를 추가 구축해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뒷받침한다.
시는 3대 신산업을 핵심 성장축으로 설정하며 정부 부처와의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이를 통해 산업생태계 혁신과 지역경제 활성화, 청년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목표다. 오준혁 시 기조실장은 “타운홀미팅에서 나온 의견을 실행 가능한 과제로 구체화하고 대통령실 및 정부 부처와 협의창구를 구성해 이 대통령께서 약속한 사항이 반드시 이행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정부 공자 기금 융자 건의 신공항건설 후속작업 총력”
“현행법상 정해진 ‘기부대양여’ 방식의 틀 안에서 지방 정부가 감당할 수 없는 한계점을 극복하는 데 시의 역량을 총동원하겠습니다.”
막대한 사업비 조달에 애를 먹고 있는 대구·경북(TK) 신공항 건설사업의 후속 대응 방안에 대한 김정기(사진) 대구시장 권한대행(행정부시장)의 설명이다. 이 사업은 시가 지방채를 발행해 정부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서 사업비를 조달한 뒤 군 공항을 건설하고, 기존 K-2 군 공항 후적지를 개발해 사업비를 회수하는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이뤄진다.
김 권한대행은 6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지방채 발행에 따른 원금은 군 공항 후적지 개발 뒤 이익이 나면 그때 상환하면 되지만, 이자 비용은 다음 해부터 바로 상환해야 하는 탓에 지방정부 재정으로는 이를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며 “정부에 공자기금 융자와 금융비용에 대한 재정보조 등을 건의하고 있다”고 기존 기부대양여 방식이 가진 재정적 한계를 설명했다. 이어 “사업 추진의 안정성 제고를 위해서라도 금융비용 국비 보조와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의 숙원인 취수원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국정과제로서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달 22일 대구시청을 찾아 정부 차원의 지원 방안 검토를 약속한 데 이어 이틀 뒤 이재명 대통령도 타운홀미팅에서 문제 해결 의지를 표명했다. 김 권한대행은 “공항과 달리 시민이 마시는 물은 국가사업이어서 전액 국비가 들어가는 만큼 지방자치단체 간 갈등을 최소화하며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확보할 수 있는 안이 있다면 대구시는 정부와 협의할 준비가 이미 다 돼 있다”고 말했다.
김 권한대행은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정부가 발표한 ‘대구 3대 미래 신산업’ 비전과 연계해 신규 사업 구체화에 나섰다. 김 권한대행은 “기존 신산업에 내실을 더하고 신규 사업으로 지역 산업 전반의 첨단화를 가속화할 계획”이라며 “대구가 그동안 축적해 온 강점을 바탕으로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미래 신산업 육성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