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울산시 남구 한국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에서 60m 높이 보일러 타워가 무너져 작업자 7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장에 있던 작업자 9명 중 2명은 구조됐지만 3명이 사망하고, 2명은 사망 추정, 2명은 실종 상태다. 사고 현장에는 철근과 철판 등 무너진 구조물이 뒤엉켜 구조 작업이 여의치 않다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정부의 산업안전 대책이 현장에서 겉돌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2021년에도 광주광역시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하던 건물이 무너져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친 바 있다. 언제까지 이런 후진적인 참사를 지켜봐야 하는지 참담하다.
이번 사고는 울산발전본부 기력 4~6호기 해체 작업 중 5호기 보일러 타워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작업자들은 증기를 만드는 60m 높이 보일러 기둥을 쉽게 무너뜨리기 위해 25m 높이 지점에서 중간 절단 작업(취약화)을 진행 중이었다. 사고 영상을 보면 취약화 작업을 진행하다가 보일러 타워 무게중심이 갑자기 기울어지면서 붕괴됐다. 서쪽 지지대가 무너지며 전체 구조물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철거 과정에서 구조물 무게를 잘못 계산했거나 절단 순서를 착각했을 수 있다”, “바닷가에 지은 철 구조물이라 예상보다 부식이 심각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형적인 안전 불감증에 따른 인재일 공산이 크다.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철거 시공사인 HJ중공업이 보일러 타워의 구조 안전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거나, 해체 계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당 건물은 일반 건축물이 아닌 ‘공작물’로 분류돼 해체 신고·허가 대상이 아니어서 지방자치단체에 안전성 확보를 위해 필요한 철거 계획서도 내지 않았다고 한다. 붕괴 가능성에 대비해 보일러 타워 무게를 지탱해주는 와이어 작업을 하거나 래커로 지지해줘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지켰는지도 의문이다.
한국동서발전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실에 따르면 이 회사에선 최근 5년간 39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올해 1~8월에만 6건이 보고됐으며, 대부분 사고·부상 사례였지만 최근에는 사망 사고도 있었다고 한다. 위험한 공사를 하청업체에 떠맡긴 채 관리·감독에 너무 소홀한 게 아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우선 장비·인력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인명 구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골든 타임 72시간을 놓쳐선 안 된다. 고용노동부와 경찰도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한 뒤 책임을 엄중하게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번 참사가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