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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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에 의료계 반발…“의료체계 붕괴될 것”

입력 : 2025-11-07 15:47:19
수정 : 2025-11-07 15:4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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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병원 문턱도 못 넘고 전전하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해 국회가 법안을 내놨지만 응급의학계에서는 “의료 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응급실 내 여력이 없을 경우 오히려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뉴시스

7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응급실 뺑뺑이를 막기 위한 취지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구급대원이 전화로 응급실 수용 능력을 확인하는 규정을 삭제하되, 응급의료기관이 응급환자 수용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한 경우 중앙응급의료상황센터에 사전 고지하도록 하는 ‘수용불가 사전고지 제도’를 도입하도록 했다.

 

또 응급의료기관이 24시간 당직체계를 유지하도록 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응급실 전담 당직 전문의 등이 최소한 2인 1조가 되도록 근무 체계를 유지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응환자의 최종치료를 위한 질환군별 전문의 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응급의학계는 이와 관련 현재 추진되고 있는 응급실 뺑뺑이 방지법들에 대해 “환자의 예후와 치료 결과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라며 “오히려 응급의료체계를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응급실 뺑뺑이 관련 법인은 지금껏 현장을 지켜온 응급의학전문의들을 토사구팽 하는 것으로 응급의학전문의들의 이탈을 초래해 응급의료 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며 “메르스부터 코로나까지 응급실 현장을 지켜온 응급의학과 의사들 입장에서는 과도한 규제 강화에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의정 갈등 이후 응급의학과 전공의 복귀율이 50%도 안되는 등 응급의료 환경이 더 열악해졌다”며 “응급의학과 미래연구소가 전문의 전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응급의학 전문의 60%가 ‘5년 이내 응급의학과를 떠나겠다’고 답했는데 법안이 적용된다면 떠나는 응급의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응급실이 받을 수 있는데 안 받는다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며 “안 받는 것이 아니라 못 받는 것인데 모든 대책들이 마치 지금 안 하는 것처럼 매도하고 있다. 응급실에 강제수용 시 환자의 피해는 불가피하고 응급의료체계는 붕괴한다”고 비판했다.

 

한 대형병원에서 구급대원이 환자를 응급실로 이송하고 있다. 뉴스1

응급치료와 최종치료가 분리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회장은 “응급치료와 최종치료가 분명히 다른데 정부는 최종치료의 법적인 책임을 응급 의료진에게 지우려 한다”며 “응급치료만 제대로 해도 면책이 돼야 응급실 수용성이 올라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응급실 뺑뺑이를 없애는 대안으로는 응급의들에 대한 민형사 책임 면책, 취약지 인프라 개선, 최종치료 인프라 구축 등을 들었다. 그는 “응급치료 제공 시 최종치료와 무관하게 민형사 책임을 전면적으로 면책해야 한다”며 “응급실 과밀화를 막기위해서는 상급병원의 경증환자 이용을 제한하고 경증응급환자의 의료제공을 위헌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권역센터나 외상센터 등 언제든 보낼 수 있는 최종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해여 한다”며 “상급병원과 연계해 1차응급처치 후 즉시 전원 가능한 취약지 응급의료기관과 역할을 분담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응급실 강제수용 시도 중단 △중증환자 진료권 보장위한 경증환자 수요 억제조치 마련 △최종 치료 인프라 확충 및 취약지 인프라 확충을 위한 계획 마련 △응급의료에 대한 민형사 면책조치 마련 등을 요구했다.